[열린마당]기업과 문화의 상생 구조

◆방상구 케이알라인 대표 sgbang@krline.net

 작가 앙드레 말로가 프랑스 문화부 장관이었을 때 ‘파리시는 왜 국제적 기업중심지로서의 인기를 잃고 있는가’라는 과제를 연구하게 한 일이 있다. 10여년 동안의 연구를 거쳐 나온 보고서는 “파리가 기업중심지로서 인기를 잃은 결정적 이유는 파리시의 경제적 미래가 그 문화적인 영향력과 유산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당국이나 기업이 고려하고 있지 않았다는 데 있다”며 “어느 나라 역사에 있어서나 경제의 발전은 문화의 발전과 함께 이뤄진 것이며 그 어느 한쪽만의 발전으로 완성된 것은 아니다”라는 결론을 내렸다.

 우리나라 기업인 사이에서도 경제의 발전과 문화의 발전이 함께 이뤄져야 된다는 공감대가 넓게 퍼져 있다. 오랜 역사를 지닌 서구에 비해서는 비록 일천하기는 하지만 기업이 문화예술을 지원하는 ‘기업 메세나 운동’이 활발하게 벌어지고 있다. 물론 기업이 문화를 돕는 목적은 메세나가 기업이익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메세나에 의해 기업이미지가 창출되며 이것이 곧 기업지명도를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한다. 메세나 운동에 적극적인 기업은 기업 커뮤니케이션 전략의 핵심을 메세나에 두는 경우도 있다.

 기업인의 문화에 대한 이해는 기업경쟁력의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잡았다. 제품의 경쟁력이 앞으로는 기능이나 견고성보다는 디자인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한다. 또한 여가의 급격한 증가에 따라 문화상품이 큰 시장을 이룰 것이라고 한다. 상품생산자의 문화능력이 기업과 국가의 경쟁력을 결정하게 될 것이다. 단지 우수한 디자이너를 고용한다고 해서 해결될 일이 아니다. 이를 주도하는 기업인들,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 한사람 한사람의 문화감식능력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다. 또한 우수한 디자인, 우수한 문화장품을 알아보고 소비할 수 있는 국민이 있어야 내수시장의 수준이 올라갈 것이고, 그에 따라 제품 자체의 기본 수준이 올라갈 것이다. 국가 경쟁력이 올라갈 것이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요즘처럼 경제가 어려워지면 상당수 기업들이 문화예술지원과 연관된 사업을 중단 혹은 소극적으로 전개하는 경우가 많다는 데 있다. 불황을 헤쳐나가야 하는 기업의 입장에서는 문화예술지원 예산을 ‘소모성 비용’으로 책정해 이를 삭감하고픈 유혹에 빠져든다. 이윤을 창출해야 하는 기업이라면 누구나 빠지게 되는 유혹이다.

 그러나 기업이 예술을 돕는 것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예술의 힘을 빌어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더욱 확실하게 한다는 점을 인식한다면 불황 때마다 반복적으로 메세나 운동이 후퇴하는 일은 없게 될 것이다. 예술은 기업이 필요로 하는 창조적인 진행에 장작을 지피며, 또한 사내직원·소비자·기업주들이 즐기는 우리 생활의 필수구성요소이기 때문이다.

 기업구성원의 문화지수가 높아질수록 기업경쟁력은 높아진다. 자본력이 아닌 구성원의 창의성이 핵심경쟁력인 대다수 IT기업에는 더더욱 그렇다. 회식비를 아껴 고급문화를 함께 향유할 기회를 만들면, 기업은 문화적 안목이 향상된 직원들을 통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게 된다.

 통신업계의 어느 기업에서는 무용단과 연극단을 재정적으로 후원하고, 공연날에는 전직원이 함께 관람하고 배우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뒷풀이 행사를 수년째 해오고 있다고 한다. 평소 접하기 어려운 고급예술공연을 관람하고 배우들과 뒷풀이까지 하는 과정을 통해 문화예술에 대한 이해의 폭이 깊이를 더해갈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공연 다음날부터 사내게시판에 오른 공연 내용과 뒷풀이 자리에 대한 생생한 감상평은 임직원 전원의 정서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훌륭한 가교가 됐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이다.

 21세기를 경제력과 문화력이 합쳐 이뤄진 문화의 세기라고 한다. 새로운 창조와 어우러진 강인한 정신, 풍부한 감성을 결여해서는 우리 경제가 자신감을 되찾고 국제사회에서 뛰어난 활약을 보인다는 것을 기대할 수 없다. 글로벌경제시대에 대응하는 우리의 문화 정체성 확립, 삶의 질 제고, 고부가가치 경쟁력 확보를 위해 기업과 예술은 동반자라는 의식이 확산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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