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은 잘 돼야 할텐데….’
국내 대표 포털 다음커뮤니케이션(대표 이재웅)이 고민에 빠졌다.
다음은 21일 발표한 1분기 실적에서 매출증가, 최대 영업이익이라는 성과를 올리고도 정작 속내는 그리 편하지 못하다. 이미 예견된 일이기는 하지만 포털분야 라이벌인 NHN(대표 이해진·김범수)이 순익에 이어 최근 시가총액과 총매출에서도 다음을 제치면서 좀처럼 흔들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포털 1위’ 다음의 위상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다음의 1분기 매출은 282억원으로 같은 기간 NHN 353억원의 79%에 불과하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무려 375%나 증가한 85억원이라는 성과를 거뒀지만 이 역시도 NHN의 161억원에 비해서는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NHN의 주가는 연일 상승한 반면 다음은 등락을 거듭하면서 두 회사의 시가총액 격차는 더 벌어졌다. 21일 오전 현재 다음의 시가총액은 6500억원으로 NHN의 7046억원과 다소 차이를 보이고 있다. 외형적인 지표로만 보면 다음의 위상은 2인자의 자리로 확실히 ‘강등’당했다.
그러나 다음의 고민은 단지 이같은 가시적인 매출에 있지 않다. 국내 대표 포털=다음이라는 위상만은 지켜야 한다는 과제가 더욱 절실하다. 다음의 성장기반이 무료 메일과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대규모 트래픽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단기실적보다는 일일 방문자수나 페이지뷰의 수위를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최근 막강한 아성을 자랑했던 페이지뷰나 순방문자수에서도 NHN에 바짝 추격당하고 있어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11일 랭키닷컴 기준 다음의 하루 순방문자수와 페이지뷰는 각각 911만명과 1억8436만회로 NHN의 760만명·1억7055만회를 앞서며 여전히 수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3월 한달의 지표와 비교하면 NHN과의 격차가 현저히 줄어들고 있음이 확인된다. NHN보다 5000만∼7000만회 가량 앞서던 페이지뷰가 최근 1000만∼1400만회로 줄어들었으며 순방문자수에서도 300만명 안팎의 격차를 보이다가 이달에는 100만∼200만명에 머물렀다. 만약 다음이 이같은 트래픽수에서도 NHN에 수위를 내준다면 전략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차기사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다음 이재웅 사장은 21일 오전 기자들과 가진 콘퍼런스 콜에서 “다음은 NHN과는 사업모델이 다르기 때문에 완전한 경쟁업체가 아니며 가는 길도 다르다”고 밝혀 두 업체를 비교하는 주위의 시선을 부담스러워했다. 그러나 여전히 다음카페와 한메일 사용자들의 로열티가 높고 미디어다음을 통한 미디어서비스가 호조를 보이는 만큼 성장기반이 흔들릴 우려는 없음을 강조했다.
다음은 이날 구글·오버추어와의 제휴를 통해 2분기에는 검색광고 매출을 업계 1위로 올려놓을 것이라고 공언했으며 사내벤처를 통한 게임사업의 활성화와 올해부터 본격화할 해외사업 등을 통해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음도 인정했듯이 게임과 해외사업의 경우 아직은 투자성격이 강해 당장 매출 기여도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음이 큰 기대를 걸고 있는 검색사업의 경우도 매출이야 늘겠지만 NHN의 아성이 워낙 공고해 수위를 꿰차는 것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NHN의 검색분야 점유율이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데다 2위인 야후코리아도 검색시장 명예회복을 위해 전략을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음이 순순히 NHN에 1위를 내줄 것 같지는 않다. 방대한 사용자 기반, 미디어 파워, 인지도 등을 고려할 때 차기전략이 제대로 먹히기만 한다면 다음이 비상할 수 있는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메일로 사용자를 모으고, 커뮤니티로 다져온 다음의 돌파력으로 비춰 볼 때 미디어파워든 게임서비스든 네티즌을 유인할 여러가지 묘책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제까지 공고했던 포털=다음이라는 위상은 흔들리는 배와도 같이 언제나 위협당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으며 1위업체로서 누렸던 여러가지 기득권도 나눠 가져야 하는 것은 현실이 됐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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