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연합군의 승전을 기원하며

◆양승욱 정보사회부장 swyang@etnews.co.kr

 최근 SW시장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눈에 띌 만한 새로운 변화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 변화 중의 하나는 그동안 다국적기업의 영토로만 여겨졌던 대기업의 기간솔루션에 국산이 잇따라 도입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국산 솔루션의 성능이 우수함을 입증받고 있다는 것과 함께 무조건적으로 외산을 선호하던 대기업들의 인식이 많이 변해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또 하나 눈에 띄는 변화는 국내업체들간 합종연횡이다. 척박한 한국의 SW시장에서 이미 검증을 받고 독자적으로도 성공의 길에 들어섰다고 평가받은 기업들이 둘이나 셋 아니면 수십여개씩 뭉치기 시작했다. 주목할 만한 것은 최근 SW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업체간 제휴가 과거와 같이 사진찍고 생색만 내는 단순한 협력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신들만의 독특한 기술을 서로에게 공개하거나 자신의 제품을 타사의 제품군에 편입시키고 아예 개발에서부터 판매에 이르는 전 과정을 공동으로 추진하는 말 그대로 M&A 수준의 협력이라는데 의미가 있다. 외형상 별개의 회사지만 개발·영업·마케팅 등의 활동을 단일한 조직으로 묶는 이른바 형제간과도 같은 끈끈한 결속이 이루어지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변화의 움직임은 데이터베이스관리시스템(DBMS)을 비롯해 전사적자원관리(ERP),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웹애플리케이션서버(WAS) 등 기업 정보화 관련 핵심적인 전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국내 30여개 SW기업들이 가장 대표적인 국산 DBMS업체인 한국컴퓨터통신을 중심으로 DBMS 네트워크를 만들고 있다. 확장형 ERP 분야에서는 코인텍·공영DBM·자이오넥스·가온아이·한도하이테크 등이 연합솔루션의 개발을 완료하고 최근 시판에 들어가기도 했다. WAS 분야에서도 티맥스소프트를 중심으로 연합군이 결성됐으며 e비즈니스 솔루션기업인 이지시스템과 컴포넌트기반개발(CBD) SW업체인 케미스도 마이크로소프트의 닷넷(.NET) 플랫폼을 기반으로 하는 솔루션 통합패키지와 CBD방식의 ERP를 공동개발, 해외수출까지 추진한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기업포털(EP)분야에서는 IT 마케팅 및 컨설팅기업인 SCG그룹이 최근 20개 국산 SW업체들과 함께 ‘SCG-EP’를 개발, 공공 및 금융권을 중심으로 영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열악한 자본의 SW업체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M&A 외에는 없다는 지적이 심심찮게 제기돼 왔다. 그러나 SW업체들은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제휴방식을 통해 기업은 그대로 유지한 채 M&A 못지 않은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업계 스스로도 이같은 노력들이 결과적으로 외산 일색이었던 대기업 기간계솔루션 시장에 국산이 채택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또 이같은 노력이 없었다면 그나마 국산솔루션이 명맥을 유지해온 중소기업시장마저도 외산에 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라는 데도 공감하고 있다. 막강한 자본, 풍부한 레퍼런스사이트와 명성을 앞세운 다국적기업들마저 매출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포화상태에 이른 대기업보다는 상대적으로 잠재수요가 많은 중소기업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외산과 견줄 수 있는 우수한 성능과 오히려 외산에 앞선 가격경쟁력을 갖추고 여기에 단일 제품으로 이미 시장에서 평가받은 국산 솔루션들의 연합은 탈출구를 고민해왔던 우리나라 SW산업에 희망의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다만 처음에는 순수한 마음으로 모인 연합군이 전리품에 눈이 어두워 연합의 의미를 상실하지는 않을까라는 기우는 남아있다. SW산업 발전이라는 무거운 멍에를 짊어진 연합군에게 잇따른 승전보가 날아들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