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권은 기업을 포장하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실질적인 자산이라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다래특허법률사무소의 공석환 변호사(사시 37회)는 정보기술(IT)·생명기술(BT) 분야 기업들의 특허자문을 전담하고 있는 IT특허전문변호사다. 법조계에서는 보기 드문 물리학도로 서울대 물리학과와 미 버클리대(생물물리학 박사)를 거쳐 사시에 합격한 특이한(?) 경력을 갖고 있다. 공 변호사는 98년 법무법인 중앙에서 변호사를 시작하면서 주로 GE나 소니·NEC·노바티스 등 다국적기업을 대리해 특허관련 소송과 라이선싱, 합작관계를 담당해왔다. 이 과정에서 공 변호사는 외국회사들이 특허권을 관리하는 기법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고 한다.
“특허를 관리하는 담당자들이 최고 경영자의 위치에 근접하는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을 보면 세계적인 기업들이 지적재산권을 보는 시각을 엿볼 수 있습니다. 즉 지적자산관리를 기업경영전략의 한 축으로 보고 이를 경제적인 가치로 창출해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습니다.”
공 변호사는 아쉽게도 그러한 과정에서 한국기업의 특허관리가 허술하다는 것도 체험했다고 한다. 특히 지난 2002년 I&D창업투자를 이끌면서 이런 상황을 몸으로 실감할 수 있었다. 국내 벤처기업들은 독특한 특허기술은 물론 특허권을 실질적인 자산으로 관리하는 기업도 드물었던 것. 잠시 외도(?)를 하면서 고충은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특허권을 사업화로 이끌어내기 위한 가치를 판단하는 데에는 도움이 됐다. 공 변호사는 “한국기업이 특허관리에 약한 것은 어떻게 보면 고유 기술이 없다는 약점 때문이지만 이제 각 기업이 R&D에 치중하면서 그런 문제는 점차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근 특허분쟁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이런 연장선상에서 보면 명확해진다. 국내에서도 특허를 단순히 양적인 실적이 아닌 실질적인 회사의 자산으로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에는 외국회사가 특허권자로서 국내회사를 상대로 하는 특허권분쟁이 대부분이었는데 최근에는 국내회사 간의 소송도 늘고 있습니다. 이는 국내회사도 영업상 독점권을 주장할 만한 특허권을 소유하게 되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공 변호사는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아직도 미약한 상태며 일면 법조인의 책임도 있다고 보고 있다. 공 변호사는 “첫 술에 배부르겠냐는 속담처럼 국내회사의 특허관리도 점차 나아질 것으로 생각한다”며 “업계나 법조계가 권리를 찾기 위한 노력을 같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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