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이동통신 공룡 보다폰에 맞서기 위해 대형 휴대폰 3개 업체가 상호 협력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텔레포니카모바일스, 텔레콤이탈리아모바일(TIM), T모바일인터내셔널 등 유럽 대형 이동통신업체 3개사가 유럽을 포함한 전세계 시장 공략을 공동으로 추진키 위한 협의에 나섰다고 컴퓨터위클리가 최근 보도했다.
컴퓨터위클리는 이같은 3자 협력 모델이 최근 세계 항공산업계에서 일고 있는 글로벌 협력과 유사한 형태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는 전세계 최대 이동통신서비스 업체인 보다폰에 맞서는 ‘대항마’의 성격이 짙어 업계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3자 연합이 성사될 경우 보다폰그룹의 유럽 장악력에 일대 반격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하고 있다.
컴퓨터위클리에 따르면 3자 협의의 초점은 유럽은 물론 미국 및 라틴아메리카 시장 전역에서 공동으로 같은 음성과 데이터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있다. 여기에는 규모의 경제를 형성, 지금보다 저렴한 요금체계를 구축하는 것도 포함된다. 그러나 당사자인 이들 3개사는 구체적인 사실 확인과 이에 대한 논평을 하지 않았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같은 3자 협력이 충분히 예상 가능한 모델이라며 성사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동통신업계 전문 애널리스트인 베나 로버트는 “이동통신분야 공룡인 보다폰은 유럽 전역에 걸쳐 막강한 장악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같은 힘은 (유럽지역이 하나의 문화권이 된 지금) 유럽인들의 다양한 요구에 맞춘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데 기여한다며 일례로 여행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발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텔레포니카·TIM·T모바일 등 다른 유럽 이통업체들은 국가별 시장을 뛰어넘어 보다 많은 수익이 기대되는 다국적 시장에서 가능한한 빨리 보다폰을 따라잡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다폰은 전세계를 무대로 이동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가입자수가 1억1300만명에 달한다. 이 회사는 이같은 거대한 가입자수를 바탕으로 유로콜(Euro Call)이란 유럽지역 통화요금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또 유럽 내 이동이 잦은 비즈니스맨을 대상으로 ‘휴대폰 오피스 서비스’를 개시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보다폰은 또한 항공사·호텔 등과의 협력을 통해 초고속 무선인터넷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유럽 전역에서 음성과 데이터 시장 장악력을 한층 강화시키고 있다.
이에 비해 TIM·텔레포니카·T모바일은 이미 독자적으로 보다폰에 대항하기에는 가입자수 규모와 자금력에서 밀리고 있다.
우선 전세계 31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TIM은 올초 프랑스의 브이그텔레콤 주식을 전량 매각했다. TIM은 애초에 유럽 전역으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려고 시도했으나 세계 이동통신시장 불황에 타격을 받아왔기 때문에 이번 주식 매각은 사실상 확장 전략을 포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그러나 TIM은 라틴아메리카 공략은 꾸준히 지속하고 있다.
4200만 가입자를 보유중인 텔레포니카 역시 지난해 독일·이탈리아·오스트리아·스위스 등에서 펼치던 3세대(3G) 이동전화서비스에서 손을 떼며 사실상 ‘유럽 확장 전략’을 접었다. 그러나 이 회사는 라틴아메리카 시장에 대해서는 대규모 투자를 감행하는 등 오히려 세 확장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T모바일의 경우 모회사인 도이치텔레콤의 부채난에 직격탄을 받고 있다. T모바일의 모회사인 도이치텔레콤은 3G 라이선스을 획득하고 다른 휴대폰업체를 인수·합병하는 과정에서 640억유로라는 엄청난 부채를 짊어지고 있다. T모바일은 59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따라서 이들 3개 업체가 힘을 모을 경우 1억3000만명이 넘는 가입자수를 보유해 외견상 보다폰에 밀리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 협력에 대한 논의가 결실을 거둘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의견도 적지 않다. 이들 3개사가 예전부터 ‘말만 요란하고 먹을 것도 없는’ 제휴 논의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텔레포니카는 브리티시텔레콤·월드컴·KPN 등 대형 통신업체들과 제휴를 진행했으나 아무런 소득을 내지 못했다. TIM과 T모바일 역시 사정이 낫지 않다. 최근 몇 년 새 2개사의 모회사들은 인수·합병을 추진했다가 실패한 경력이 있다.
베나 로버트 이동통신 전문 애널리스트는 “이들 3개 업체가 제휴를 맺을지는 불확실하다”면서도 “만약 3자 협력이 성공적으로 이뤄진다면 (보다폰의 강력한 대항마로 성장해) 경쟁을 불러일으켜 요금인하와 새로운 서비스 도입 등 이통 이용자들에게 보다 나은 통신환경을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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