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칼럼]이라크전과 정보사회

◆박재성 논설위원 jspark@etnews.co.kr



 이라크 전쟁을 보는 시각은 참으로 다양하다. 당사자인 미국과 이라크의 뿌리깊은 반목에다 주변국들의 이해가 엇갈린 때문이다. 어찌해서라도 전쟁을 피하려고 했던 이라크는 전쟁을 성전(jihad)으로, 미국은 ‘악의 축’ 축출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회교의 이슬람 문명권과 기독교의 서구 문명권의 충돌이었던 9·11의 연장선에서 시작된 이번 전쟁은 석유자원의 통제권을 둘러싼 ‘이익의 충돌’로 보는 이들이 많다.

 인권주의자들은 바그다드가 화염과 포연에 휩싸이면서 전쟁이 막바지에 이르자 연이은 포성을 조포처럼 처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듯하다. 그들은 기원전 3500년의 인류 최초의 문명 발상지가 보호받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미국의 경제제재인 금수조치로 의약품은 물론 생필품조차 구하기 어려울 정도로 가난해진 대부분의 이라크인들의 머리 위에 포탄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는 것을 슬퍼하고 있다. 나라의 부름을 받은 미·영 연합국 군인의 희생 또한 다르지 않다.

 경제에 초점을 맞추는 사람들은 이번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바라고 있을 것이다. 9·11 이후 부시가 이라크를 잔뜩 벼르고 있는 동안 세계 경기는 서서히 마비됐다. 소비자들은 ‘기다리자’는 분위기에 휩싸여 주식이나 상품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열지 않았고 기업체들도 투자를 하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은 전쟁의 원인이나 결과에 관계없이 ‘불투명성’이라는 어둠의 터널만을 빨리 벗어나고 싶어했다.

 그러나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의도했던 대로 사담 후세인 정권을 이라크에서 몰아낸다 하더라도 걸프전이 끝난 뒤처럼 불확실성이 사라져 세계 경제가 회복세를 탈 수 있을 것으로는 보지 않는 것 같다. 알 카에다의 존재는 경제에 위협요인이 되고 있으며 이라크전을 둘러싼 유럽과 미국의 갈등도 경제 마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전후 복구라는 특수가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세계 경기에 미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란 예상이다.

 그렇지만 이번 이라크전은 문명사적 측면에서는 엄청난 변화를 가져왔다. 종전까지 전쟁 보도는 미국 CNN을 비롯한 ABC 등 TV방송사가 주도했다. 방송사들은 이번에는 인터넷 시대에 맞춰 사이트도 동시에 운영했다. 그들은 간단한 디지털카메라나 캠코더, 노트북컴퓨터 등을 이용해 전황을 인터넷으로 쉽고 자세하게 보도했다. 인터넷 사이트는 TV의 속보성뿐 아니라 인쇄매체의 전문성까지 갖춤으로써 시청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이라크 전쟁을 다룬 한국의 포털 사이트도 히트수가 폭증했으며 아랍권 사이트 또한 마찬가지였다. 모든 사회 계층은 아닐지라도 인터넷 주 이용자에 있어서는 인터넷이 방송을 능가한 것이다. 이는 미디어로서 인터넷이 주역으로 떠오르는 혁명이며 역사적 순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시청률이 높다고 하는 올림픽이나 월드컵 경기도 중계권 때문만 아니라면 TV방송은 인터넷에 자리를 내줘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이미 미국의 야구경기인 메이저리그의 인터넷 중계는 상당한 진전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크게 의식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정보사회는 정보고속도로를 타고 성큼 다가온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 그것이 만들어 낼 신세계는 그려내기도, 상상하기도 쉽지 않을 정도다. 그렇지만 정보사회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기회요, 희망이 될 것임은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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