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홍집 대신증권 부사장
세계 4대문명의 하나인 메소포타미아 문명이 탄생된 이라크는 지금 한창 전쟁중이다.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강 등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역사적인 지명들이 포화가 번득이는 TV화면 속에서 거침없이 흘러 나오고 있다. 따지고 보면 4대문명은 모두 정착민들에 의해 만들어졌다. 수렵사회에서 농경사회로 발전하며 이룩한 찬란한 문명사회인 것이다. 농경사회는 비를 뿌리는 하늘과 곡식이 자라는 땅을 바라보며 자연재해와 침입자들과 싸우기 위해 수백, 수천가구가 함께 집을 짓고 성을 쌓아 정착하면서 대를 이어 한 곳에서 생활하게 된다. 한국도 장(마당)을 중심으로 하는 가부장적 농경사회다. 솟을대문 안쪽으로 넓게 자리잡은 마당을 중심으로 주인과 머슴들이 함께 생활하다 보니 엄격한 위계질서가 필요한 것이다. 따라서 수직적인 조직 구조를 가지게 되었다.
반면 유목민들은 한 곳에 정착하지 않고 양에게 필요한 풀을 찾아 계속해서 이동하며 살아간다. 풀이 부족하기 때문에 많은 가구가 같이 다닐 수 없고 설치가 쉽고 재사용이 가능한 천막 속에서 살아간다. 계속 이동해야 하는 몽골인들은 지나가는 사람을 만나면 “당신이 온 곳에는 어떤 일들이 있었느냐?”고 물어볼 만큼 바깥세계를 궁금해 한다. 따라서 이들은 수평적인 사고를 가지고 있으며 살아남기 위해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할 수밖에 없었다.
춥고 거친 자연환경에 살던 유목민들 사이에 가뭄 등 어려움이 닥치면 먹고 살기위한 전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부족간 전쟁을 피하고 바깥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모일 때는 엄청난 힘을 갖게 되어 아시아와 유럽의 정착민들에게 공포의 대상이 되곤 했다. 하나의 꿈을 공유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이다.
21세기를 새롭게 시작하는 한국 IT산업은 수백년 전에 이미 21세기 정신으로 살다간 유목민들로부터 살아가는 지혜를 배워야 할 것이다. 머물러 있으면서 소유하는 것보다 이동하며 새로운 것을 찾아 나서는 개척정신이 글로벌 시대에서 한국 IT산업이 살아남는 방법이 아닐까. 그러기 위해서는 낡아 빠진 학연이나 지연 등의 쓸모 없는 가치를 버리고 모든 조직원들이 함께 동참하는 수평적 사고를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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