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질 해외-화상회의 업체 특수

 지난달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후 홍콩·싱가포르·베트남 등 동남아시아 국가들로 확산되고 있는 괴질(SARS·급성호흡기증후군) 때문에 이 지역에 진출해 있는 다국적 IT기업들이 큰 피해를 입고 있다.

 당장 1일부터 중국 상하이에서 열리고 있는 ‘2003 컴덱스차이나’ 관람객이 20% 정도 줄어든 것을 비롯해 아시아 지역에 계획돼있는 IT전시회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또 인텔 크레이그 배럿 CEO 등 IT 경영진이 중국·홍콩·싱가포르 방문을 취소하는 등 아시아 현지법인 및 지사들의 업무처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진출해 있는 IT 다국적기업들에도 비상이 걸렸다. 한국IBM·한국HP·한국썬 등 다국적 IT기업 지사들도 최근 본사로부터 괴질이 끝날 때까지는 아태지역 해외출장을 금하는 통보를 받았다고 1일 밝혔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본사도 여러 국제기구들로부터 강화되고 있는 건강 및 여행 관련 권고들을 수용해 비슷한 조치를 내렸다. 오는 8, 9일 이틀에 걸쳐 중국 상하이에서 개최될 예정이었던 ‘선네트워크 2003 아태지역 콘퍼런스’를 연기한다는 내용을 1일 아시아 각국에 공식 통보했다.

 선은 괴질발생 소식에도 불구하고 워낙 비중있게 오랫동안 준비돼온 이 행사를 강행한다는 입장이었지만 괴질의 위협에 굴복, 어쩔 수 없이 행사를 연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NCR테라데이타도 이달 5일부터 1주일간 호주 헤밀튼아일랜드에서 아태지역 솔루션·영업·인프라(조직관리 및 CFO) 등의 중간간부회의를 열 계획이었으나 홍콩·싱가포르·중국 직원들의 참석이 어렵다고 판단해 이를 6월 28일로 연기했다.

 이에 앞서 오라클도 지난달 31일부터 개최하고 있는 전세계 마케팅 책임자 회의장소를 당초 계획했던 싱가포르 대신 말레이시아로 변경했다.

 또 HP도 지난 3월 24일부터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아태 HP 엔터프라이즈시스템그룹(ESG) 그룹장 미팅을 취소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엔 실무자급을 포함한 전체 직원에게 아시아지역의 출장을 금하는 통보를 내렸다.

 이에 따라 대부분 기업들은 전화통화(콘퍼런스 콜) 및 컴퓨터 영상회의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얼굴도 보지 않은 채 2∼3시간 동안 국제전화를 하거나 컴퓨터 영상회의를 하는 데 따른 고충이 이만저만 아니라는 하소연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오고 있다.

 일부 국내 IT기업들은 출장이 잦은 임원들에게 오히려 괴질비상사태를 기회로 삼아 고객밀착 영업기회로 삼는다는 역발상의 비즈니스 행보도 보여주고 있다. 상하이 행사 사전 모임을 위해 이번주부터 출국 예정이던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의 핵심 임원들은 출장일정을 모두 취소하는 대신 대고객영업을 더욱 강화한다는 내부 전략을 세우고 ‘현장’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괴질 때문에 IT기업들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뜻밖의 특수를 누리는 곳도 있다. 한국폴리콤 등 영상회의 업체들은 최근 다국적 기업들이 해외출장을 영상회의로 대체하면서 시스템 구입을 문의하는 전화가 평소보다 2배 이상 늘어났다고 밝혔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

 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