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상황을 맞고 있는 유통업계의 시장경기 회복에는 유통의 근본을 이루고 있는 영세상인과 소상인 등 중소 유통업계의 활성화가 전제돼야 합니다.”
최근 최악의 경기를 맞은 중소 유통업계를 바라보는 유통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벼랑 끝에 몰린 중소 유통업계를 위한 단기 처방으로는 IMF 구제금융 당시 나온 영세 상공인과 서민을 위한 저금리 정책자금 대출이 재론되고 있다.
최근 정부는 경기 부양을 위해 하반기에 편성된 6조원의 예산을 앞당겨 투입하고 중소기업에 우선적으로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 중 얼마 만큼의 돈이 중소 유통업체에 지원될지는 불투명하다.
중소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최소 3조원 가량의 자금이 연리 3% 미만으로 중소상공인에게 지원돼야 경기부양의 실효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한다. 중소상인들이 이를 활용, 신규 아이템으로 창업에 나서고 신상품을 매입·구비해 판매촉진에 적극적으로 나설 때 ‘자금 선순환의 과정’ 속에서 시장경기가 바닥부터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다수의 중소 유통업에 적용되고 있는 각종 규제를 기업 형편에 맞게 차등 적용하거나 순차적으로 개선시켜 나가야 한다는 지적도 높다. 이같은 주장은 전반적으로 낙후된 중소(전자)상가, 재래시장의 시설 현대화에 중장기적인 자금지원 요구와 맞물려있다.
특히 현실적으로 중소 유통업체만이 취급할 수 있는 보호상품이나 대형 유통업체의 출점을 제한해 중소상인이 생존할 수 있는 보호상권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중소기업유통센터 김만환 박사는 “판로(유통)가 있어야 제조기업도 산다”고 전제한 후 “중소 유통은 업체수와 업종이 다양한 만큼 지원 및 활성화 정책도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해 시설, 전산화, 상권보호 등 다각도의 지원이 병행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지원책이 실효를 거두기 위해 중소 유통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조사가 선행돼야 하며 이와함께 대형 유통업체 및 제조업체의 협조가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
참여정부를 기치로 내세운 새정부 출범 이후 중소기업 및 서민, 소상공인 등을 위한 정책개발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방향은 없다. 여전히 학계는 대형 유통업체 중심의 연구에 치우쳐 있고 대기업의 중소 유통업체에 대한 지원 역시 몇몇 기업과 소수 사례에 그치고 있다.
한국유통학회장 박윤재 교수(숭실대 중소벤처기업학부)는 “그동안 정부의 유통 활성화 방향이나 학계의 유통연구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져온 것은 사실”이라며 “중장기적인 안목과 세분화·집중화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산학연이 합심해 노력할 때 중소 유통업계가 살아나고, 중소 제조업체가 살아나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사는 건전한 유통-제조 생태계의 고리가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동식기자 dsl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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