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벌되 너무 많이 벌지는 말 것.’
은행 공동망 운영기관이자 비영리 사단법인인 금융결제원(원장 윤귀섭)에서 유일한 수익사업 조직인 특수사업본부가 처한 애매한 위상이다. 지난 90년대 중반 신용카드조회(VAN) 업무를 시작하면서 모태가 됐던 금결원의 수익사업은 지난해 특수사업본부를 신설함으로써 본격적인 확대에 들어갔다.
이어 올 들어서는 신용카드VAN에, 금결원이 보유한 금융공동망 기반의 다양한 부가사업을 확충, 전자금융 수익사업을 선언하면서 주변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특수사업본부는 직원 111명에 지난해 매출 380억원, 당기순익 140억원의 초우량 알짜기업의 면모를 과시했다. 이 가운데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신용카드 VAN사업은 국내 시장 점유율 10%에 육박하면서 4, 5위권을 오르내리고 있다.
이와 함께 기업을 대상으로 한 자금관리서비스(CMS)와 전자서명 공인인증서비스, 신용카드 지불게이트웨이(PG), 전자세금계산서 서비스, IC카드형 전자화폐 ‘K캐시’ 등 크고 작은 은행권 공동의 전자금융사업을 챙기면서 사실상 영업·마케팅 조직으로 활동중이다.
은행 공동사업의 성격상 인프라 구축·운영 업무는 비영리 조직에서 전담하되, 은행을 대신해 영업을 수행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도 휴대폰에서 이체·집금·정산이 가능한 모바일 CMS 등 굵직한 신규 사업을 추진중이다.
그러나 수익사업 전담조직이긴 해도 주변의 눈치를 봐가며 적정 수준의 이익에 머물러야 하는 게 특수사업본부의 고민이다. 기본적으로 비영리법인인 데다 금결원이 보유한 금융공동망은 회원 은행들의 공동자산이다. 이 때문에 민간 업계에서는 금결원이 우월적인 지위를 이용해 수익사업에 나서고 있다며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실제로 신용카드VAN 사업만해도 금결원의 공동망을 활용, 24시간 수표조회서비스를 독점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결제원은 특수사업본부의 수익성을 적절히 조절하는 한편, 은행 공동의 신규 정보화사업을 지원하는 촉매제 역할로 바꾸려는 분위기다. 모바일 CMS 등 최근 신규 사업 추진방식이 은행들과 복잡한 협의과정을 거친 예전과 달리 금결원이 먼저 나서는 식으로 바뀐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권에서는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전자금융 환경에서 금결원의 새로운 역할론과 함께 위상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서한기자 hs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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