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지국간에 통화를 연결해주는 지상파 이동통신과의 경쟁에서 밀려나 잊혀져가던 위성 이통 서비스가 뜻밖의 이라크 전쟁을 만나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위성 휴대폰만 있으면 사막과 산간벽지 어디에 있더라도 통화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전쟁터를 누비는 미국 통신병들의 필수장비로 인식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이라크 전쟁을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기자들도 본사와의 연락은 물론 기사송고와 방송중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위성통신을 활용하고 있다.
이는 바로 매출확대로 연결되고 있다. 이리듐새틀라이트와 글로벌스타 등 주요 위성 이통사업자들은 최근 미국 국방부 등과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이동통신 서비스 계약을 잇달아 체결하는 등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를 계기로 최악의 경영난을 겪고 있는 위성통신 업계가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은 중동발 위성통신 수요가 급증하는 것은 일시적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는 주장이 우세한 편이다. 그러나 관련업계는 이를 계기로 위성통신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 수요층을 크게 넓히면서 회사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표시하고 있다.
먼저 통신분야 시장조사회사 카멜그룹의 애널리스트 지미 셰플러는 “이라크 전쟁의 특수는 일시적 현상으로 수요가 안정적으로 커지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주장했다.
사실 최근 위성통신 업체들의 경영환경은 최악이다. 위성통신 업체들은 지상망 휴대폰의 한계를 극복해 특히 업무출장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위성통신망을 구축하는 데 수십억달러의 투자자금을 쏟아부었으나 수요가 이를 따르지 못해 최악의 경영난을 겪어왔다. 또 육상 기반 휴대폰 보급이 확산되면서 오지 중의 오지가 아닌 한 위성통신에 의존해야 할 필요성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통신컨설팅 회사 텔아스트라의 로저 러시 사장은 “위성통신 회사들은 각각 수백만명의 가입자 유치를 전제로 하고 사업계획을 짰으나 지금까지 유치한 가입자가 수만명밖에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관련업계 선두회사 인마샛도 지난 20년 동안 불과 20만대의 단말기를 판매했다. 글로벌스타는 지난해 1월 미 파산법 11조에 따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으며 오는 2분기에 파산상태를 벗어날 예정이다. 이리듐도 2000년 파산보호를 신청했으며 버지니아 소재 비공개 기업 이리듐새틀라이트가 50억달러를 들여 구축한 이리듐 위성통신망을 고작 2500만달러의 헐값에 인수했다.
이리듐의 워런 브라운 홍보담당자는 미 국방부가 최근 이리듐과의 서비스 계약을 1년 연장했다며 국방부를 포함해 수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군은 현재 3600만달러에 2만명이 무제한 사용계약을 맺고 있다. 이리듐은 민간고객에게 분당 1달러 50센트의 요금을 부과하고 있으며 자사 위성통신 휴대폰을 1500달러에 판매하고 있다.
경쟁사 글로벌스타는 800만명의 가입자를 수용할 수 있는 통신시설을 갖춘 상태에서 8만5000명을 고객으로 유치한 상태다. 이 회사는 자사 휴대폰을 대당 500달러에 판매하거나 월 160달러 또는 하루 20달러 정도에 임대하고 있으며 통화요금은 분당 17센트∼1달러17센트다.
글로벌스타의 맥 제프리 홍보담당자는 “이전에 미군은 중동에서 글로벌스타 휴대폰을 업무용 통신이나 식량 및 연료 조달 조정, 병사들이 고국에 전화하는 데 사용했었다”며 “지금은 구호기관 등 비정부조직들이 이라크에서 글로벌스타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았으나 아프가니스탄에서 가입자가 늘었듯이 이라크에서도 비슷하게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여기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가 위성 이통업체들에 도시지역에서 이통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겠다고 발표해 위성 이통업체들을 고무시키고 있다. FCC는 최근 미국 이리듐을 비롯해 글로벌스타·모바일새틀라이트벤처스, 영국의 이코글로벌커뮤니케이션스 등 위성 이통사업자들이 빌딩 등 건물이 밀집해 있는 도심지역에서도 신호증폭기를 설치하는 방법으로 전세계에 이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해양과 산간지역에서도 전세계와 통신을 할 수 있어 한 때 큰 관심을 끌었으나 정작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도시지역에서 통화가 잘 연결되지 않아 가입자 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었던 위성 이통사업자들에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것으로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전문가들은 위성 이통사업자들이 이미 선박에서 일하는 선원과 사막, 극지 등을 탐험하는 지질학자 등 틈새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데다 앞으로 도시지역에서도 이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 위성 이통 서비스의 경쟁력은 몰라보게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모바일새틀라이트벤처스의 론 C 레빈 부사장도 그 동안 위성 이통사업자들이 고전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도시지역에서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점이라며 이러한 걸림돌이 곧 해소되면 지상파 이통 서비스와도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박스)
<위성전화 통화원리>
1. 발신자가 위성 전화기를 켜면 가장 가까운 위성에 자동으로 신호를 보낸다. 2. 전화번호를 누르면 위성이 신호를 받아 다른 위성에 신호를 쏘아준다. 신호는 여러 위성을 거치면서 최종 목적지에 가까이 간다. 3. 마지막으로 신호를 받은 위성은 위성 접시 안테나에 신호를 쏘아주고 위성 접시 안테나는 이를 가까운 지상중계소로 전송한다. 4. 지상중계국은 전화선을 통해 수신자 전화기로 신호를 보낸다. 만약 위성 전화기로 수신할 경우 마지막 위성이 신호를 수신자 위성 전화기에 직접 쏘아주게 된다.
국제 많이 본 뉴스
-
1
美워싱턴 공항서 여객기-군용헬기 충돌...승객 60명에 사상자 미확인
-
2
“여기에 앉으라고?”... 황당한 中 버스 정류장
-
3
한파 예보된 한국…111년만에 가장 따뜻한 러시아
-
4
'제2 김연아' 꿈꾸던 한국계 피겨 선수 포함...美 여객기 탑승자 67명 전원 사망 판단
-
5
中 '딥시크'에 긴장하는 유럽… 이탈리아 “사용 차단”
-
6
트럼프 “워싱턴 DC 여객기 참사는 바이든 탓”
-
7
美 필리델피아서 의료수송기 번화가 추락...사상자 다수
-
8
말 많아진 트럼프?… 취임 첫 주 바이든보다 말 3배 많아
-
9
'트럼프 실세' 머스크에 광고 몰린다… 아마존, 엑스로 '컴백'
-
10
개도 출입 가능한 영화관 [숏폼]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