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이 단기에 끝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국제유가와 금값이 치솟고 주식시장이 폭락하는 등 국내외 경제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극적인 반전이 없을 경우 더 이상의 전쟁 랠리도 기대할 수 없다니 걱정이 크다. 비상체제를 가동하는 등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잘 알다시피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수출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이 더 큰 피해를 입게 된다. 한국과 태국 등 아시아 국가의 국내총생산(GDP)이 2∼3% 낮아질 것으로 전망될 정도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문제는 또 있다. 대다수 기업이 유럽 등지로의 물류 흐름이 차질을 빚을 것을 우려해 동남아나 유럽 현지생산 및 판매체제를 보강하고 있지만 물류비 상승과 이로 인한 채산성 악화는 불보듯 뻔한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앞으로 이라크전이 어떻게 전개되고, 그것이 우리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자욱한 먹구름으로 인해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러한 구도를 우리 힘으로 어찌해볼 수 없으니 가슴만 답답할 뿐이다.
물론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나도 상황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 같다. 세계 경제의 심장인 미국의 경제 회복이 기대만큼 빠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미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시장은 적지 않은 타격을 받고 있다. 위험요인이 증가되면서 물류비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수출상담이 중단되고 대금회수도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실물경제와 소비·투자도 위축되고 있다. 우리가 비상대책을 가동하는 등 장기화에 따른 대비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쟁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든 우리 경제의 미래를 낙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근 한 민간연구소가 발표한 ‘이라크전 발발과 업종별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이 조기에 종결되더라도 반미감정 확산과 미국에 대한 이슬람권의 추가테러 위협 등 불안요인이 남아있어 걸프전 때와 같은 달러화 강세나 주가급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보고 있다.
또 전쟁이 단기에 끝나면 우리 경제는 연간 4∼5% 성장하고, 장기화되면 국제유가 급등으로 인해 기업수익이 악화되며 민간소비는 위축될 것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전쟁 장기화로 인한 비용급증이 미국 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해 세계 경제가 동반 침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다.
우리가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 무엇보다 시급한 것이 수출길이 막혀 어려움을 겪는 국내 기업들의 막힌 숨통을 터주는 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책의 방향도 물질적·심리적 지원을 통해 기업인의 불안심리를 덜어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한다. 디지털TV와 자동차 특별소비세를 한시적으로 재인하하는 것은 물론 경유차 판매 등도 조기에 허용되어야 한다. 또 수요진작과 재정의 조기집행을 통해 실물경기 위축을 억제하고 세제·금융지원으로 기업의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를 유도하는 조치도 필요하다고 본다.
전쟁이 조기에 종식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를 버리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비상대책의 가동을 서둘러야 한다. 그래야만 한국경제 위기설을 조기에 잠재울 수 있다.
<박광선위원 k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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