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기업들이 전후 이라크 복구 사업에 대거 참여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미국과 유럽 사이에 새로운 마찰의 불씨가 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앤드루 나치오스 미국 국제개발처장은 25일(현지시각) 보안상의 문제를 고려해 최근 이라크 복구 사업 입찰안내서를 대부분 미국 회사들에 발송했다고 밝혔다.
나치오스 처장은 향후 하청업자 선정을 위한 입찰에 해외 업체들도 참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고 영국이나 유럽을 막론하고 어느 나라든 희망하는 나라는 모두 입찰 참여가 가능하나 미국이 테러지원국으로 규정한 국가에 있는 기업은 참여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국제개발처는 이라크의 도로와 항만, 병원을 비롯한 기반 시설의 보수 및 건설을 위한 8개 사업을 발주할 예정인데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을 재건한 마셜플랜과 맞먹는 규모가 될 전망이다.
그러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비롯한 유럽 지도자들은 전후의 이라크 통치와 복구를 위해 더 많은 국제 사회의 협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전쟁에서 미국의 가장 확실한 후원자인 블레어 총리는 이날 오전 런던에서 “이번 전쟁이 종료되면 미국과 유럽의 관계에 관한 토론이 있어야 하고 유엔은 전후 이라크 문제 처리에서 중심적인 역할을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루이 미셸 벨기에 외무장관은 “유엔이 이라크 전후복구작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야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미셸 장관은 “이라크가 전후 법치주의와 인권 보장을 기반으로 하는 다당제 민주주의를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부 국가에 의해 독점적으로 이뤄지는 재건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유엔이 이라크 재건의 중심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마리아노 라조이 스페인 부총리도 이날 이라크 민주화를 위해 유엔이 이라크 정치 세력을 적극 도와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자크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도 최근 미국과 영국의 독단적인 이라크 재건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며 유엔만이 이라크 재건을 책임질 유일한 기구임을 역설한 바 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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