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역 IMT2000 서비스가 또 다시 연기될 것 같다고 한다. IMT2000 사업자들이 현재의 수익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2㎓ 대역에 대한 투자를 미루고, 그동안 강경 입장을 보이던 정보통신부가 이를 수용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다음달 초로 예정된 시범서비스가 연기되는 등 2㎓ 대역 IMT2000 서비스가 당초 일정보다 늦어지거나 서비스 규모가 대폭 축소될 것이라니 걱정이 크다.
IMT2000 서비스가 국내 통신산업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수요창출이 기대되던 IMT2000 서비스가 미뤄지게 되면 가뜩이나 어려운 통신업계의 자금난이 심화되고, 직격탄을 맞게 될 통신장비시장은 내수시장의 기반이 붕괴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IMT2000 서비스를 선도하면서 시스템·단말기·콘텐츠 등 후방산업의 대외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을 뒤로 미뤄야 한다. 한마디로 통신산업의 발전에 엄청난 악영향을 미치는 것이 IMT2000 서비스 연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물론 2㎓ 대역 IMT2000 서비스를 연기하려는 업계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막대한 돈을 투입해 2㎓ 대역 IMT2000 서비스 시장을 성숙시키는 것보다는 이미 구축된 2세대 기반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면서 현재의 수익구조를 끌고 가는 것이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오히려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주요 도시에 고속 데이터 수신이 가능한 cdma2000 1x EVDO 설비가 설치됐고, cdma2000 1x 망의 원가보상도 마무리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무리하게 2㎓ 대역에 투자하는 것보다는 현 주파수 대역을 활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IMT2000 서비스 연기를 우려하면서 조기 실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참여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IT경기 조기 진작정책에 반하는 일일 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 제고와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이다. IMT2000 서비스를 선도해야 단말기와 콘텐츠 등 후방산업이 발전하고, 주도권 다툼이 치열한 세계 통신시장에서 입지를 굳힐 수 있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처럼 국가의 미래를 좌우할 정도로 중대한 문제를 서비스를 실시하기 위한 조건-듀얼밴드·듀얼모드(DBDM) 2㎓ 대역 단말기 개발, 무선 인터넷 플랫폼 표준화, 공동망 구축 등-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을 내세워 무조건 미루려고만 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다. 지난해 말 통신료를 소폭 인하하면서 이를 차세대부문에 투자하겠다던 약속과도 어긋나는 행위다.
통신장비업계가 거세게 반발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IMT2000 서비스가 연기될 경우 시스템 연구개발(R&D)에 투자해야 하는 장비업계의 비용부담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사업자들이 실제로 가입자를 받지 않으면서 상용서비스 시늉만 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더 큰 문제는 장비시장이 붕괴될 경우 시스템산업의 경쟁력이 약화돼 한국 최대의 캐시카우로 자리잡은 이동전화산업의 입지마저 위태롭게 된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정부·사업자·장비업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IMT2000 서비스 실시 및 연기에 따른 득과 실을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 같다.
<박광선위원 ks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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