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무선시대 무풍지대 진입하나

 무선(wireless)기술이 올해 주요 기술 플랫폼으로 부상하고 내년에는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연례 춘계심포지엄/IT엑스포(Symposium/ITxpo)’를 열어 앞으로 1∼2년 안에 무선기술의 사용이 크게 늘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재택근무 등 근무의 이동성 증가와 즉각적 업무처리 추세가 앞으로 두드러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기업들이 판매를 늘리기 위해 관련제품의 가격을 낮추고 성능을 높이는 가운데 무선기능도 사실상 무료로 제공되고 있어 기업의 무선기술 수요를 자극할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는 특히 무선기술의 활용은 기업마다 다를 뿐만 아니라 대역폭이 크면 비용이 올라가는 등 무선기술 요소 사이에 상쇄적인 관계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회사는 무선기술 사용 목적과 시기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무선기술 활용전략을 추진하는 기업은 무선랜(WLAN), GPRS, UMTS, 블루투스(Bluetooth) 등 각종 무선기술을 최소 5년 정도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가트너의 최근 조사결과, 지난해 무선랜 장비에 대한 최종 수요자 지출은 2001년 대비 38% 늘어난 23억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무선랜 어댑터는 1500만대, 액세스포인트와 게이트웨이는 440만대가 판매됐다. 무선랜 장비가격은 지난해 평균 37% 내렸으며 올해에도 25% 추가 인하될 것으로 전망됐다. 유럽 무선랜 지출비율은 지난해 20% 미만이었으나 오는 2007년 30%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기업업무 무선처리는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위험도 따를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의 나이젤 데이턴 부사장은 “현재 무선기술은 다양하고 작동도 원만하게 이뤄지고 있으나 문제는 무선기술을 업무와 어떻게 통합시키는가 하는 것”이라며 “기술변화가 심하다면 무선 업무처리는 전략적으로 무의미해 문제는 무선과 모바일 기술이 기업성과를 어떻게 높일 수 있는가를 파악, 업무흐름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무선화 추세=이동중 업무처리 추세는 컴퓨팅기기업체와 이동통신업체들의 마케팅 핵심으로 떠올랐다. 무선은 PC업체들에 노트북 등 휴대형PC 매출증대와 수익확대에 필수적인 촉매제로 자리를 잡았다.

 가트너데이터퀘스트의 PC부문 애널리스트인 브라이언 개미지는 “PC업체에게 무선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무선랜은 노트북 판매원들이 반드시 설명해야 하는 기능으로 부상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PC업체들은 배터리 수명 연장기술채택 등 휴대환경에 맞는 제품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덧붙였다.

 가트너는 무선랜이 대체로 PC 어댑터라는 별도 제품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지난해 휴대형PC 중 10% 정도가 무선랜을 내장했으나 앞으로 그 비중은 2004년 31%, 2007년 68%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쟁기술=무선랜은 기업을 넘어 공공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신 및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무선랜의 역할뿐 아니라 GPRS 및 3세대(3G) 통신기술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하게 됐다.

 가트너는 무선랜과 3G가 앞으로 직접 경쟁보다는 공존의 형태를 취할 것이며 유럽 이동통신업체 중 70%는 올해말까지 무선랜을 제공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오는 2005년까지 무선랜 액세스포인트를 제공하는 이동통신업체보다 유선통신업체가 더 많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트너의 제이슨 채프먼 선임 애널리스트는 “이동통신업체들과 유선업체들 모두 무선 접속점 잠재고객인 기업들과의 관계뿐 아니라 매출기반 및 기술지원 면에서도 탄탄한 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유선업체가 액세스포인트 데이터 전송을 위한 기간망 확충능력과 데이터 지향적 솔루션 제공경험이 더 많아 이동통신업체보다 우위에 있다”고 진단했다.

 가트너는 기업들에 네트워크업계 경쟁격화로 802.11 등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기술과 검증되지 않은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며 검증되지 않은 무선랜 제품 구매를 피하고 검증된 장비를 구입하고 기술 업그레이드를 보증받도록 조언했다.

 ◇유럽 무선랜 시장=지난해 전세계 액세스포인트는 6000곳에 달했으며 이 가운데 북미가 57%, 유럽이 14%를 차지했다. 유럽은 당국의 규제 때문에 액세스포인트 보급에서 미국에 뒤졌다. 이로 인해 유럽 통신회사들은 지난해까지 흑자를 내기 어려웠다. 유럽의 높은 무선통신시장 진입비용은 논란거리로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가트너는 유럽 액세스포인트 시장이 처음에는 더디게 출발했으나 마침내 모양을 갖추기 시작했다며 유럽 전역에 액세스포인트를 깔고자 하는 통신업체와 네트워크 운영업체들이 늘어나고 있어 올해말 유럽 상용 액세스포인트는 5000곳을 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채프먼은 “올해말까지 규제제도가 정비되면 액세스포인트 이용자가 오는 2007년 각각 1100만명과 1200만명에 이를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유럽이 세계 액세스포인트 시장에서 30%를 차지하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선랜=이동통신업체들은 일반패킷무선서비스(GPRS)와 3G 데이터 서비스를 통해 무선 데이터 전성시대가 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음성통신은 앞으로도 통신업계의 주종을 이루겠지만 통신요금은 계속 인하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한번에 하나씩 해결하는 직렬식 데이터 처리가 통신회사의 데이터 매출을 예상 이하로 제약할 것이란 점이다. 통신업체들은 네트워크 속도향상이 데이터 사용증가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면서도 복잡한 요금체계, PC와 유사한 애플리케이션을 작은 휴대폰 스크린에 구현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 등이 데이터 사용증가를 억누를 것으로 예상했다.

 채프먼은 “이동통신업체들은 개인소비자보다 기업을 성장잠재 분야로 꼽고 있으나 기업의 IT수요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기업고객을 어설프게 관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신업체들은 무선 데이터 서비스 구매기업이 충분치 않아 실망할 것”이라면서 “뿐만 아니라 기업들은 개인소비자와 달리 가격 협상력이 강하다”고 덧붙였다.

 ◇블루투스=블루투스는 지난 3년 동안 큰 기대를 모았으나 지금은 가트너가 지적한 대로 이른바 ‘환멸의 골(trough of disillusionment)’에 빠져 있다. 블루투스는 무선 네트워킹에서보다는 휴대폰에서 사용돼야 대량 소비될 가능성이 높다. 가트너 데이터퀘스트는 지난해 서유럽에서 판매된 1억대 이상의 휴대폰 중 900만대가 블루투스 가능 휴대폰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업은 기업간 상호운용성을 제공하는 사실상의 표준이 출현할 때까지 블루투스를 사용하지 않아도 문제가 없다. 블루투스는 휴대폰을 개인정보단말기(PDA)나 컴퓨터에 연결하는 게이트웨이 및 케이블 대체기술과 마찬가지로 제한적으로 사용될 경우 기업이용자에 부가가치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안=가트너는 현재 무선 인프라의 혜택이 부작용보다 더 많은 단계라고 진단하고 있다. 무선랜 보안의 취약성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가트너는 무선랜 보안이 가상사설망(VPN) 기술로 발전할 것이며 새로운 WPA(Wi-Fi Protected Access) 보안 솔루션은 와이파이 장비에 승인 및 암호화를 부가해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데이턴 부사장은 “부작용을 외면하고 장점만을 보기 십상이다. 가트너는 기업들에 보안현실을 직시하고 예를 들어 직원들에게 PIN 코드로 휴대형 기기 보안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등 보안의 기초부터 탄탄히 할 것을 충고하고 있다. 문에 대고는 못질을 해놓고서 창문은 열어두는 경우가 흔하다”고 빗댔다.

 ◇제언=기업업무를 완전히 무선으로 처리하려면 그에 따른 부작용을 관리하고 각종 혜택을 최대화해야 한다. 분야별 주의사항은 다음과 같다.

 -전략분야:기업들은 지금까지 성공했던 계획들, 예를 들어 능률향상이나 품질개선처럼 분명하게 정의된 경영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기술만 중시하는 계획을 추진하면 실망할 수 있다. 무선 업무처리 계획은 경영 필요성이 분명한 기업들에 의해 목표로 수립되고 나아가 가시적인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조직분야:무선 솔루션은 무선화 조치의 잠재적 영향과 무선화 과정 참가자들의 이해없이는 성공할 수 없다. 조직과 관련해 검토해야 할 문제는 근무관행의 변화, 업무처리 기술과 교육, 경영자와 사원의 관계에서 법적·윤리적 문제 발생 가능성 등이다. 구체적인 업무특성에 맞는 무선 업무 시스템을 확립하려면 외근업무 분석과 공통업무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

 -경제분야:무선 업무처리 시스템 설치 이후 18개월내에 측정가능한 혜택이 나타나면 업무 무선 처리 계획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업무 무선 처리 계획은 그 혜택을 단기간에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에 집중하도록 짜여져야 한다. 업무 무선 처리 비용은 특히 GPRS의 경우 불통지역과 불안정한 통신품질을 감안할 때 매우 비싼 편이다.

 -기술분야:가장 유망한 모바일 및 이동통신기술이라도 아직은 미숙한 기술로 평가받고 있으며 현재 개발이 진행중이다. 예를 들어 블루투스 같은 신생 기술에 대한 막대한 투자나 새로운 표준의 조기 채택은 위험할 수 있다. 기업은 기술발전 가능성을 분석하고 적절히 성숙해진 기술에 집중해야 한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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