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이제야 이라크전을 시작했지만 사이버 공간은 이미 미군이 접수했다.
미군은 물리적 공간의 전투를 유리한 상황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전자우편과 텍스트메시지를 이용한 심리전, 해커를 동원한 통신인프라 교란 등 사이버 공간을 이라크 공략의 핵심수단으로 삼고 있다.
미군은 이미 개전 수개월 전부터 이라크 장군들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전자우편을 보내 투항을 권유해 왔으며 전시에는 이라크군을 함정에 빠뜨리기 위해 지휘관들의 휴대폰에 후세인 대통령의 명령을 위장한 텍스트 메시지를 보내기도 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 국방부는 이라크의 대응책 마련을 우려해 상세한 사이버 공격 내용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그러나 미 공군정보전센터에서 근무한 바 있는 파운드스톤의 연구원 크리스 프로시스는 “미군이 해커와 같은 툴을 사용한다”며 “일례로 바이러스를 통해 나중에 (이라크 시스템에)출입할 수 있는 ‘뒷문(backdoor)’을 확보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미군은 용이한 첩보수집을 위해 암호화 인프라를 파괴, 이라크군이 보안수준이 떨어지는 통신채널을 이용하도록 유인하기도 한다. 여기에는 전자폭탄, 전자기 박동무기 등이나 해킹이 동원된다.
아직까지 사이버 공간에서 이라크측의 반격이 시작됐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으로 사이버공간에서의 기만행위가 더욱 쉬워졌고 이에 따라 이라크측도 미 육군의 배치사항이나 언론의 보도 내용을 손쉽게 입수할 수 있게 된 것은 물론 미군의 컴퓨터도 해킹할 개연성이 충분하다.
미군의 펜실베이니아 주방위군 193특수작전부대는 항공기인 ‘코만도 솔로’를 이용해 미리 녹음된 변조메시지를 방송, 심리전을 펼 수 있는데 이번에 처음 동원될 가능성이 높다. 이 부대의 전자교관인 마이클 코바흐 상사에 따르면 코만도 솔로는 이라크군의 항복을 유도하기 위해 후세인이 체포되는 변조영상을 방영할 수 있다.
제인스국제국방리뷰의 기고 담당 편집자인 빌 스위트맨은 “미군은 이라크군이 사용하는 러시아 컴퓨터시스템과 친숙해 (사이버전에) 유리한 입장”이라고 분석했다. 또 브루킹스연구소의 연구원 피터 싱거도 “이라크의 대공망을 가동시켜주는 중국의 광케이블이 전파보다 침투하기 어렵지만 일단 뚫리면 군 해커들이 훨씬 더 쉽게 침투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미군 일각에서는 해킹을 통해 이라크의 은행계좌 시스템을 붕괴시키자는 제안도 나왔지만 이 경우 전세계 금융시스템이 마비될 수도 있어 미군측이 망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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