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전 임박 이라크戰]하이테크 제품 운송·통관 등 지연 세계적 타격 예상

 임박한 이라크전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북미 관계가 하이테크 제품의 글로벌 공급망에 적지 않은 타격을 입힐 것으로 전망된다.

 EE타임즈는 업계 관측통과 정부 관리, 애널리스트들은 18일 이라크전과 북핵문제가 가져다줄 파장을 아직 계량화하기 어렵다면서도 미국이 중동에서 선전포고를 하고 북미간 정치적 불화의 불똥이 한국으로 튈 경우 하이테크업계의 소비위축이 장기화되고 물류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EBN이 지난달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에서 486명의 전체 응답자 중 43%가 이라크전의 불확실성에도 지출 계획을 연기하지 않았다고 밝혔으나 애널리스트들과 업계 단체 대변인들은 이미 기업의 주문과 제품출시 연기, 설비투자 프로젝트의 중단 등이 가시화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 관측통들은 9·11테러가 비행기와 선박의 운항을 지연시켰던 것처럼 이라크전도 하이테크 제품의 운송과 통관을 지연시키고 가로막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와 관련, 그레이 캐리웨어&프리든 리치 국제통상법률사무소의 마이클 마리넬리는 “세관은 지금까지는 운송물품이 어떤 제품인지 행선지가 어딘지만 물었다”며 “이제 세관은 반도체와 컴퓨터로 무엇을 할 것인지를 확인하려 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미 세관국경보호(CBP)의 대변인은 “국가안보부(DHS)가 보안 경보 수준을 높이지 않는 한 통관 절차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언제 쯤 보안 경보 수준이 격상될지에 대해서는 언급을 회피했다.

 이에 따라 물류회사들은 선적 지연을 피하기 위해 주요 고객사들과 대체 선적방법과 재고물량 확보 등을 논의하기 위해 사전협의에 들어가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일례로 유나이티드 파셀 서비스의 서플라이 체인 솔루션즈(SCS)는 최근 고객의 정보 요청이 늘어남에 따라 웹 사이트에 항공편 두절시 긴급수송계획, 적하목록 문서요청자료, 군 및 장비 전개시 동원되는 민간항공기 자료 등을 공개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아이서플라이는 북미간의 불화가 전세계 전자산업에 치명타를 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지난해 전세계 D램과 플래시메모리 판매비중은 각각 44%와 15.6%에 달했고 LCD모니터와 능동소자 공급 비중도 10%를 넘어섰다. 아이서플라이측은 “전세계적으로 낮은 반도체 설비 가동률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반도체 생산이 중단되거나 방해를 받을 때 다른 국가가 이를 신속히 대처하지 못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도 불구하고 전자업계의 공급망 관리자들은 아직은 관망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다. 이와 관련, 미국의 전자수탁생산(EMS)업체인 소닉메뉴팩처링테크놀러지스의 부사장 데이비드 진스버그는 “국내에서 모든 부품을 소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면서도 “고객사가 아직 장기 전망을 제시하거나 물량에 대한 약속을 하지 않아 필요한 만큼만 부품을 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세계 시장에 아직 공급과잉 현상이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