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 때쯤이면 일본 전역이 왁자지껄한다. 3월말 각 학교의 졸업식에 연이어 4월초에는 각 회사의 신입사원 입사식이 성대히 거행된다. 하지만 내년도의 각 대학의 졸업장이 어느 때보다도 조용하고 어두울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잘나간다는 IT기업들이 앞다퉈 신입사원 채용 동결 및 감축을 발표하고 나서면서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의 IT업계 진출이 사실상 상당히 어려워질 전망이기 때문.
먼저 NEC는 금년도 대비 약 30%를 덜 뽑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700명을 채용했던 올해에 비해 거의 200명이나 줄어든 500명선으로 제한된다. 신입사원은 사무계열이 60명, 엔지니어가 440명이라고 NEC는 발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4년제 대학 졸업자들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단기대학이나 고졸 학력자는 벌써 3년째 채용하지 않고 있다.
후지쯔도 채용규모를 줄이기는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금년도 대졸 채용자는 모두 550명. 이에 비해 내년에는 이보다 15% 줄어든 총 470명 정도의 대졸 신입사원을 뽑을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사무직이 190명, 기술직이 280명선으로 2년 연속 감소 추세다. 후지쯔는 비대졸자를 대상으로 올해 약 300명 정도를 수시 채용할 것으로 보여 그나마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히타치제작소는 내년 올해보다 150명 적은 650명선으로 동결한다는 방침이다. 이 수치는 대졸 예정자뿐만 아니라 전문대와 고졸자를 포함한 것이다.
직능별로 보면 사무직을 100∼150명 가량, 기술직을 500∼550명 가량 더 뽑을 예정이다. 히타치측은 내년도 신입사원 채용수가 금년도에 비해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반도체나 가전분야에서 분사화를 추진해 결과적으로 채용수준이 예년과 비슷하다고 해명했다. 특히 연구개발직 인재에 대해서는 그동안 대학추천에만 국한하지 않고 자유응모도 받는다는 방침이며, 경력직 채용도 120명 정도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비해 일본HP만이 올해보다 60% 증가한 160명 정도의 대졸 중심으로 신입사원을 뽑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이는 실제로 채용인원 증가를 의미하기보다는 항상 150∼160명선을 유지했던 예년 수준으로 되돌아간다는 취지가 강하다. 단지 작년의 경우 11월에 있었던 컴팩컴퓨터와의 합병과 경영악화로 인재 채용의 여유가 없었을 뿐이라는 것이다.
일본HP는 채용인원의 약 80%를 정보시스템 관련업무에 투입시킨다는 계획이다. “합병 과정에서 골이 깊어질대로 깊어진 일본HP파와 컴팩파간의 사내 갈등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신입사원 채용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가와이 사토루 부사장은 언급했다.
상시 채용이 상식화되고 있는 한국기업과 달리 아직도 일본기업은 적어도 당해연도 신입사원을 1년 전에 미리 내정하는 것이 관례처럼 돼 있다. 이 때문에 일본의 대학생들은 보통 3학년 때부터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한다. 그리고 일단 합격이 되면 취업 내정자로 인정이 되어 다음해 4월초에 거의 일제히 입사식을 치른다.
‘아오타가이(靑田買い)’라는 일본말이 있다. 이말은 아직 다 익지도 않은 벼를 미리 입도선매한다는 의미가 능력있는 대학의 인재들을 각 기업들이 미리 ‘찜’해 놓는다는 의미로 와전되어 통용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도쿄대, 와세다대, 게이오대 등 유명대학 간판만 있으면 개인의 자질과 상관없이도 ‘아오타가이 대상 1호’로 올랐지만 이제는 학벌도 그다지 통하지 않고 있다. 계속되는 경제불황과 5.5%를 육박하는 사상 최악의 실업률 등의 각종 악재로 일본의 명문대생들도 예외없이 이력서를 여러통 들고 뛰어야 하는 현실이다.
국제 많이 본 뉴스
-
1
챗GPT 검색 개방…구글과 한판 승부
-
2
SKT, 에이닷 수익화 시동...새해 통역콜 제값 받는다
-
3
비트코인 11만달러 눈앞…트럼프 發 랠리에 20만달러 전망도
-
4
올해 하이브리드차 판매 '사상 최대'…전기차는 2년째 역성장
-
5
에이치엔에스하이텍 “ACF 사업 호조, 내년 매출 1000억 넘긴다”
-
6
갤럭시S25 '빅스비' 더 똑똑해진다…LLM 적용
-
7
테슬라, 3만 달러 저가형 전기차 첫 출시
-
8
“팰리세이드 740만원 할인”…車 12월 판매 총력전 돌입
-
9
정부전용 AI 플랫폼 개발…새해 1분기 사업자 선정
-
10
곽동신 한미반도체 대표, 회장 승진…HBM 신장비 출시
브랜드 뉴스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