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모의 뮤직리서치]피터팬 콤플렉스

 신예 록밴드 ‘피터팬 콤플렉스’의 바람이 분다. 물론 그들은 외국이 아닌 우리나라 그룹이다. 이들은 가요판이 마침내 라디오와 TV를 벗어나 앞으로는 ‘인터넷’과 ‘라이브’로 옮겨갈 것임을 증명하고 있다. 지속적인 공연을 통해, 그리고 뮤직비디오를 인터넷에 배포하면서 나름의 승리를 쌓는 중이다.

 지난해 미니앨범(EP)이 전량 소화되면서 범상치 않음을 알린 이들의 첫 앨범 ‘라디오 스타’는 현재 매일 500장의 주문이 쏟아지고 있다. 노래 ‘나비보호색’은 제목 덕에 연일 라디오 전파를 타고 있다. 수십만장이 팔려야 얘깃거리가 되는 국내 가요계에서 이 정도 실적은 아직 미미하지만 그들이 록을 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의미있는 움직임이다. 선배 록가수 신해철은 그들에게 ‘앞날이 가장 기대되는 감각파, 실력파 밴드’로 치켜세운다.

 피터팬 콤플렉스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근래 음악시장화의 필수조건이 된 ‘메시지와 이미지의 결합’을 누구보다도 효과적으로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들의 음악은 들리기도 하고 보이기도 한다.

 먼저 사운드는 펑크의 기타 배킹과 모던한 베이스 라인으로 신세대적 패턴을 따르고 있다. 어찌 들으면 브릿 록그룹 라디오헤드(Radiohead)가 연상된다. 리더 전지한은 실제로 라디오헤드의 영향을 인정하고 있으며 데뷔작에 수록된 곡 ‘네온사인’이나 ‘농담을 농담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걸리는 시간’은 라디오헤드의 요소가 강하게 느껴진다. 심지어 ‘죽지마’에서 전지한의 보컬은 라디오헤드의 톰 요크를 닮았다.

 사운드 뿐만 아니라 노랫말도 라디오헤드처럼 염세적이다. ‘아이 러브 맘’과 자살에 대한 이들의 생각을 담아낸 ‘죽지마’에 표현된 어둡고 슬픈 노랫말은 크고 작은 상실감에 빠진 신세대와 궁합이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들의 특별한 장점은 라디오헤드와 동시에 비틀스도 동거한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멜로디를 놓치지 않는다.

 ‘나비보호색’의 매력이 여기에 있다. 이곡은 통상적으로 요즘 록이 잃기 쉬운 멜로디가 번득이는 모처럼 ‘귀에 잘 들리는 모던록’이다. 이와 함께 마치 비틀스의 초기 로큰롤을 연상시키는 곡 ‘위 아 더 넘버원’도 기타 배킹속에 흐르는 흥겨운 선율의 미학을 구현하고 있다.

 네 멤버의 캐릭터도 눈길을 끈다. 이것이 바로 그들의 이미지다. 전지한(보컬 기타)과 그 형제 전지일(베이스), 귀여운 이교원(기타)과 예쁜 김경인(드럼)의 라인업은 이 시대 젊음이 선호하는 톡 쏘는 듯한 총기와 비주얼함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무엇보다 신세대 특유의 이중 감수성을 새겨냈다는 점이 돋보인다. 메시지와 이미지의 공존을 비롯해 정서적으로 고금이 상생하며, 색조 측면에서 음양이 동시에 호흡한다. 그 양수겸장으로 피터팬 콤플렉스는 라이브와 온라인이라는 새 물결로 음악의 중력이동을 꾀한다. 그리하여 후크 선장의 가요판을 뒤집고자 한다. 기대로 충만한 2003년 최고의 신예 밴드가 나왔다.

 

 임진모(http://www.iz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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