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의 정보문화를 만들자](1)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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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T 서방정토’는 멀리 있지 않다. IT세상은 조금만 주위의 관심을 가지면 함께 갈 수 있는 세상이다. IT세상의 한 복판에 사는 우리는 안타깝게도 주위에 눈길을 돌릴 겨를이 없었다.

 그러나 IT세상에도 불우이웃은 있다. 평균적인 디지털의 혜택조차 받지 못하는 소외당한 이웃이 예상외로 많다. 이들에게 따뜻한 눈길 한번 주는 것만으로도 IT세상은 밝아진다.

 이제는 양으로만 치닫는 정보화에서 벗어나 질적 정보화로 나아가야할 때다. 많은 계층의 사람들이 정보화의 그늘 속에 있다. 그들 또한 보듬어 안고 살아가야할 우리들의 이웃이다.  

 본지와 정보문화진흥원이 공동으로 ‘나눔의 정보문화를 만들자’라는 연중기획 캠페인을 실시하는 목적도 이 사회의 세대간, 지역간, 빈부간 IT격차를 해소하고 정보문화의 상향 평준화를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디지털 평등사회의 기초를 다지기 위한 이 캠페인은 디지털 사회의 온정과 활기를 불어넣어 내가, 우리가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편집자

 

 ‘50대 이상 고령층의 컴퓨터 이용률 11.4%, 장애인의 컴퓨터 이용률 24.1%’

 양적으로만 팽창한 정보화는 이제 더이상 정보화가 아니다. 초고속인터넷 세계 최고, 이동전화 가입자 세계 최고는 우리에게 하나의 큰 자랑거리지만 한편으로 부끄러운 일일 수 있다. 겉보기엔 IT 초강대국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IT의 양적팽창이 곧 선진대국으로 가는 길인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공업선진국을 향해 치닫던 70년대와 흡사하다. 경제발전의 기치아래 공업이 모든 것을 해결해 줄것으로만 착각했던 ‘공업입국’은 결국 환경문제, 노동문제, 물질만능의 병폐를 낳았다. 양적으로만 팽창했던 부작용이 사회문제화됐다.

 정보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신기술의 장으로서 세계를 주도하는 IT초강국으로 우뚝 섰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최근 발생한 모든 범죄적 사건의 한 가운데 인터넷을 포함한 IT가 방법으로 이용되고 있다. 자살, 방화, 강도에서 성매매에 이르기까지 인터넷이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IT가 생활의 편리함과 경제적 이득을 갖다주는 만큼 그 역작용 또한 적지않다.

 미국의 사회학자 W F 오그번은 그의 저서 ‘사회변동론’에서 ‘문화지체’를 주장했다. 한 사회의 문화는 물질적인 것과 비물질적인 것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문화변동의 속도와 관련해 가장 이상적인 것은 물질과 비물질 2가지 영역이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함께 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물질적인 영역에서의 변화가 앞서기 때문에 정치·경제·종교·윤리·행동양식 등 이와 관련된 여러가지 제도나 가치관의 변화가 이를 따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비물질문화가 물질문화의 변동 속도를 따라가지 못할 때 심각한 사회적 부조화 현상이 야기된다.

 정보시대의 문화지체는 더욱 심각하다. 정보가 곧 지식이고 생활이기 때문이다. 네티즌과 넷맹의 차이는 인터넷을 사용하고 안하고의 차이를 넘어 세대간의 갈등으로 표출된다. 부자간의 의사소통이 줄어들고 가진자와 못가진자들의 골이 더욱 깊어지며 지역감정 또한 더욱 불거질 수 있다.

 인터넷이 정보공유, 의사소통의 장이라면 반대로 넷맹과 네티즌들 사이에는 인터넷이라는 ‘단절의 벽’이 놓여있다. 네티즌들만의 언어가 있고 문화가 있다. 이에 속하지 못하면 주변인으로 남는 설움을 당해야 한다.

 정보공유로 지역적 편차가 사라질 것으로 보이지만 도·농의 경제적 격차는 정보화 격차로 나타난다. 정보화 격차는 대화단절을 뜻한다. 오히려 산업시대보다 더 무서은 결과를 초래한다. 특정집단 이해관계에 얽혀 목소리를 내는 ‘끼리문화’가 만연해질 우려마저 낳고 있다.

 따라서 정보화는 단지 IT세상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또는 다소 편리함을 추구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 같이 호흡하고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는데 있다.

 주위를 살펴보면 노년의 ‘IT만학생’이 속속 눈에 띈다. 성성한 백발이 무색하도록 비지땀을 흘리며 동시대와 호흡하려는 숨가쁜 노력이 곧곧에서 엿보인다. 가사에 바쁜 주부 역시 앞치마를 두른채 인터넷과 벗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다. 지체부자유자도 힘겨운 모습으로 IT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전체에 비해 소수이지만 이들이 정보단절에서 정보공유의 문화로 발전해 나가는 첨병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음지’를 보면 IT복지국의 길은 멀고도 험하다. 지난해말 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정보취약계층 정보격차 실태조사’를 보면 장애인 거주가구와 50대 이상 고령층 거주가구의 컴퓨터 보유율은 각각 56.4%, 57.9%로 국민 전체 가구 컴퓨터 보유율 78.5%보다 크게 낮았다. 또 장애인의 컴퓨터 이용률은 24.1%로 국민 전체 컴퓨터 이용률 63.0%보다 무려 38.9%포인트 낮은 상태다. 50대 이상 고령층의 컴퓨터 이용률도 11.4%에 불과했다. 정부의 노인정보화 지원사업 대상 연령층인 55세 이상 연령층(만55∼74세)의 컴퓨터 이용률은 7.9%, 법정 노인 연령층인 65세 이상 연령층(만65∼74세)의 컴퓨터 이용률은 5.7%로 나타나 연령대에 따른 급격한 이용률 저하가 두드러졌다.

 인터넷 이용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장애인 거주 가구의 인터넷 접속률은 46.6%로 우리나라 전체가구 인터넷 접속률 68.9%보다 22.3%포인트 낮았으며 50대 이상 고령층 거주 가구는 45.6%로 전체가구 인터넷 접속률보다 크게 낮았다.

 이처럼 정보지체 현상이 특정 계층에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은 IT의 재분배에 적지 않은 문제점을 시사한다. 신기술과 신문화를 수용하는데 신세대층과 사회활동층이 더 적극적인 것만은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사회 한 부류에서만 유난히 심각한 격차를 보이는 것은 ‘일방적인 질주’를 당연시 받아들이는 사회의 왜곡된 현상임에는 틀림없다. 결국 정보지체는 대화단절의 결과를 가져오고 또다른 사회문제를 야기시킨다. 나눔의 정보문화가 필요한 것도 이같은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을 가늠하는 척도로서 장애인 및 노인에 대한 사회복지를 기준으로 한다. 선진국은 부의 재분배를 통해 경제력을 상실한 소외계층을 일반국민과 동등한 지위로 설 수 있게 한다. IT선진국 역시 마찬가지다. 정보에 뒤진 계층을 보듬어 IT 인력화하는 것이 IT선진국의 첫번째 조건이다.

 정보화에 있어 일방도로는 없다. 네티즌과 넷맹이 서로 대화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 올바른 정보문화가 뿌리내린 세상이다. IT강국으로 가는 길은 IT인프라의 양적 성장 못지 않게 특정계층의 정보지체 현상을 개선하고 빈부간, 지역간, 국가간 격차를 해소하는 질적 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경우기자 kw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