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 T3엔터테인먼트 사장 kgy0@t3.co.kr
요즘 게임업계의 화두는 단연 게임포털이다. 비교적 넉넉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거나 회원을 많이 확보한 업체는 이미 유료화 모델이 검증된 게임포털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를 잘 만들어 나간다면 개발사와 퍼블리셔 양자간 성공모델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 본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지금의 상황이 그렇게 올바르고 합리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 같지 않다.
몇몇 선점한 게임포털업체는 많은 회원과 동시접속자를 이유로 개발사가 유지조차 힘든 조건의 계약을 제시(계약금 없이 수익이 나면 몇대 몇)하고, 그게 싫으면 그만두라는 식의 계약조건을 제시하곤 한다. 한마디로 퍼블리셔로서의 위험은 거의 제로에 가까울 정도로 최소화하고, 개발사 혼자서 책임과 위험을 감수하라는 말이다. 이 같은 게임포털들이 오히려 게임산업 발전에 해가 된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근시안적인 사고를 갖고 있는 게임포털이 과연 미래에도 연속성이 있는 사업을 해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지금이야 선점의 이점으로 그런 악조건에도 외부게임들을 퍼블리싱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머지않아 합리적인 게임포털에 반드시 잡히고 말 것이다. 이런 퍼블리셔의 제안에 대해 지금까지 개발사들의 입장은 두 가지로 나타난다.
첫째, “어쩔 수 없지” 하며 불만을 품고도 계약을 한다. 둘째, “말도 안되는 소리, 어디 한번 두고 보자” 하면서 직접 서비스하기 위해 없는 돈을 빌려가며 서비스를 준비한다. 이 역시 금전적 상황이 그나마 나은 개발사의 이야기다.
결과적으로 두 가지 안 모두 서로에게 좋은 해답이 아닌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계약을 한다고 치자. 자칫 게임이 유료화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개발사는 존폐의 위기에 직면하게 되지만 상대적으로 위험과 책임감을 느낄 필요없는 퍼블리셔는 서버비용 정도, 그것도 다른 게임에 사용하면 되므로 개발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정도로 미미한 수준의 위험만 감수하면 된다. 직접서비스의 경우 개발 외적인 부분의 비용이 개발사 혼자 감당하기에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하게 되며, 게임포털 역시 좋은 게임을 놓치게 되므로 이는 다른 포털과의 경쟁에서 떨어지게 되는 요인이 된다.
결론은 비교적 단순하다. 개발사는 재미있고 질 좋은 게임을 개발하는 데 전력을 다하고, 퍼블리셔는 개발사의 역량이나 진행 중인 게임을 잘 보고 합리적인 조건과 방법으로 퍼블리싱하면 된다. 게임포털은 놀이터를 제공하고, 개발사는 놀이기구를 제공한다. 놀이터가 활성화되려면 놀이터도 넓어야 하고, 재미있고 제대로 설계된 놀이기구도 다양해야 하듯 재미있는 양질의 게임을 많이 갖고 있어야만 게임포털은 성공한다. 그러기 위해 게임포털은 상대적으로 약자인 개발사가 좋은 게임을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에 인색해서는 안될 것이다.
물론 모든 개발사와 게임에 이렇게 하라고 말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개발사가 살아야 게임포털도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리고 그런 게임포털만이 앞으로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현상황에 만족하다가는 후발주자로 새롭게 등장하는 게임포털에 반드시 뒤지고 말 것이며, 두 말할 나위 없이 개발사에 합리적인 게임포털에 개발사도 게임을 제공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명심해야 할 것은 개발사도 시장성있고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서로 열심히 노력하면 양쪽 다 성공하는 멋진 그림이 그려질 것이다.
다소 직선적인 화법으로 글을 쓴 점이 없지 않지만 간과해서는 안될 사실이 있다. 세밀하게 열심히 리서치를 하다보면 합리적인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퍼블리싱업체도 몇몇 있다는 것. 좋은 업체와 함께 일을 하게 된다는 것도 행복한 일일 것이다. 개발사들은 현재 상황이 다소 힘들더라도 불합리한 방식의 계약을 요구하는 게임포털에는 게임을 주지 말자.
열심히 노력하는 합리적인 게임포털에 게임을 밀어주는 것이 서로 성공적인 결과를 만들 것이다. 제발 능력있는 퍼블리셔가 하루 빨리 나와 좀더 합리적인 게임시장이 되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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