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템온칩(SoC)은 전자·통신기기 제조에 필요한 핵심 부품을 하나의 반도체에 집적함으로써 ‘칩=시스템’이 되는 새로운 시장 질서이자 기술이다. 한마디로 다양한 정보기술(IT)기기를 통합하는 ‘컨버전스’ 시대의 주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SoC는 시스템 구성에 필요한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한데 집적함으로써 기존의 영역구분을 허물고 반도체업체들을 이합집산, 무한경쟁의 장으로 내몰기 때문에 가히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SoC를 개발하려면 나노미터(㎚)급 초미세회로공정 기술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에 대규모 투자와 기술개발이 가능한 대형업체 위주로 시장이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D램을 내세워 90년대 세계 반도체시장을 제패한 한국이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계속되는 PC경기 불황으로 D램은 맥을 못추고 있고 이동통신·초고속네트워크 등 IT신산업군에 필요한 비메모리 수입은 급증해 반도체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선 지 3년째다.
경쟁사들의 움직임은 더 빨라졌다. 인텔이나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 퀄컴과 같은 비메모리 분야의 대표주자들은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마이크로프로세서(CPU)와 디지털신호처리기(DSP) 등의 기술을 내세워 메모리까지 통합한 차세대 모바일 SoC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부족한 기술력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이나 강자들간 기술제휴로 메우고 있다.
하지만 우리 산업계의 대응 행보도 만만치 않다. ‘위기가 곧 기회’이듯 SoC는 세계 열강들도 비슷한 출발선상에 서있는 만큼 우리 업체에도 새로운 기회로 작용하고 있다.
D램산업에서 쌓아올린 설계·공정·재료 기술을 바탕으로 300㎜ 웨이퍼 시대를 앞서 열었고 90㎚급 초미세회로공정기술도 확보해 놓았다.
세계 1위의 메모리업체인 삼성전자는 D램과 플래시메모리 등에서 쌓은 미세회로설계 및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PDA에 적용할 수 있는 모바일용 SoC를 개발, 마이크로소프트로부터 전략적 제휴 업체로 선정됐다. LG전자는 홈네트워크 시대를 미리 예견하고 90년대 중반부터 디지털TV용 SoC 개발에 힘을 쏟아 이미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확보했다.
벤처기업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다. 이오넥스는 퀄컴에 도전할 3세대 휴대폰용 베이스밴드칩을 내놓고 국내외 업체와 차세대 단말기 개발을 진행중이다. LCD구동드라이버IC(LDI)업체 토마토LSI는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카메라폰에 들어가는 애플리케이션 IC는 국내 벤처기업이 개발한 제품이 외산을 몰아내고 있다.
산·학·연에서는 5년전부터 ‘시스템IC 2010’이라는 대규모 국책 프로젝트를 마련해 비메모리 원천기술 개발에 집중해 왔고 ‘IT SoC 산업기반 조성사업’으로 SoC 벤처육성과 기술인력 양성에 힘을 기울여 왔다. SoC 산학계를 대표할 SoC포럼도 결성됐고 하반기에는 핵심 실무인력을 양성할 IT SoC 캠퍼스도 문을 연다.
이제 SoC는 IT시스템 경쟁력을 좌우하는 척도다. 즉 IT성장엔진의 핵심엔진인 것이다. 또 이동통신·디지털홈네트워크·초고속인터넷 등에서 쌓은 ‘메이드 인 코리아’의 명성이 나아가 SoC의 경쟁력으로 연결될 것이다.
SoC포럼 운영위원장인 KAIST 유회준 교수는 “시스템업체와 반도체업체, 소프트웨어업체 등이 머리를 맞대고 SoC의 경쟁력을 높이는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보다 체계적인 투자와 집중적인 기술개발이 이뤄진다면 한국의 제2의 D램 신화도 이룩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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