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첫 내각 출범]산업자원부 정책방향

 윤진식 신임 장관이 이끌 산업자원부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철저한 기획을 요구하고 진돗개라고 불릴 만큼 완벽하게 일을 마무리하는 장관의 성격상 전시성 정책보다는 선이 굵은 정책들이 만들어져 나올 전망이다. 최소한 2년 보장이라는 대통령의 약속을 감안한다면 꾸준하면서 심도있는 변화를 추구하는 윤 장관의 기용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그렇지만 산자부 정책의 혁명적인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부각되고 있는 참여정부 5년간 노무현 대통령이 구상하는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건설 구체화는 윤 장관의 산자부가 집중해야 할 과제다. 특히 또 10년 앞을 내다보는 무역·산업·자원의 비전과 발전전략을 체계화해 세계 산업 4강에 진입하고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대의 경제부국 실현을 위한 기초 확립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단기적으로는 노무현 정부가 경제위기속에 출범한 만큼 당분간은 수출과 투자의 조기회복을 통한 경기상승을 끌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 실현=산자부는 21세기 동북아 시대를 맞아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효율적이고 개방적인 시장경제체제를 구축, 동북아 경제 중심국가로 부상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추진한다.

 특히 우리나라를 동북아 지역의 R&BD 중심국가로 만들기 위해 연구개발여건을 개선하고 외국 일류기업의 R&BD 지역본부를 유치하는 데 주력한다. R&BD(Research & Business Development)는 연구개발(R&D)이 마케팅 등 상업화와 융합된 형태로 진행되는 4세대 R&D를 말한다.

 우선 국내 R&BD 여건을 미국의 실리콘밸리와 유럽의 핀란드·아일랜드 등과 같은 세계적인 R&BD 허브 수준으로 개선하기 위해 R&D 선진국의 여건 및 정책을 벤치마킹한다. 이를 토대로 전문가회의 등을 통해 광범위하게 의견을 수렴한 후 기술인력·연구시설·기술개발 프로그램 등을 개선하기 위한 특별법 제정도 검토할 방침이다.

 산자부는 또 양자·다자간 산업기술협력위원회 및 포럼을 창설하고 국내외 기술협력센터를 설립하는 등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을 비롯해 국제 기술정보 네트워크 구축, 국제 공동연구·사업화 촉진, 국제 산업기술이전 촉진 등 국제산업기술협력을 활성화하는 데 주력한다.

 이와 함께 외국 일류기업의 R&BD 지역본부를 국내에 유치하고 전담조직인 국제산업기술협력센터(KITC)를 설립하는 방안을 검토해 추진한다.

 ◇핵심 기술 개발을 통한 세계 산업 4강 실현=산자부는 세계 산업 4강 실현을 위해 민·관 합동으로 G4산업기술개발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G4산업기술개발 프로젝트는 우리산업의 경쟁력을 세계일류 수준으로 견인할 핵심 기술개발과제 200개를 선정, 2010년까지 3조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산자부는 우선 1단계로 올해부터 2008년까지 반도체 등 8대 주력산업에 80개 전략기술을 선정해 1조원을 투입하고, 2단계로 2005년부터 2010년까지 120개 과제를 선정, 나머지 2조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될 주요 핵심기술로는 반도체 분야의 한국형 시스템IC와 차세대 테레급 메모리를 비롯해 전자분야의 디지털가전·인공지능 융합기술과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적용 디지털가전기기, 기계분야의 3차원 지능형 복합가공머신 등을 꼽을 수 있다.

 산자부는 이와 함께 2010년까지 1인당 R&D 지출액을 G7 평균수준인 1391달러로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마련한다. 기술혁신에 의한 산업의 세계 4강 진입을 위해서는 1인당 R&D 지출규모가 G7 수준에 도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전산업의 e비즈니스 정착=유통·물류·비즈니스 서비스 및 e비즈니스를 포함하는 제조업 관련 서비스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차별적 제도와 관행을 적극적으로 개선한다. 우선 공공부문에서 용역 프로젝트 발주시 채택하는 최저입찰제를 개선하고 인력파견업의 부가세 적용을 면제하는 한편 e비즈니스 확산을 위한 세제·재정상 지원을 확대한다.

 또 유통업계의 공급망관리(SCM) 활성화에 걸림돌이 되는 정보시스템간의 상호 운영성 확보 및 정보표준화 문제 등을 SCM추진협의회를 통해 민간자율로 해소하도록 하고, 수출입 물류정보시스템과 국내 물류정보시스템을 상호 연계하는 통합물류정보 플랫폼 개발을 지원한다.

 특히 2010년까지 전산업의 e비즈니스화를 정착시키고 전자상거래 규모를 전체 거래의 50% 이상으로 높이기 위해 우선 전자·자동차 등 선도업종을 중심으로 협업적 e비즈니스 활성화를 지원하는 한편 중소기업 IT화의 확대·발전을 추진한다.

 ◇벤처정책 기조 유지=새 정부는 정책의 일관성 유지를 위해 벤처육성정책을 당초 목표대로 오는 2007년까지 큰 흔들림 없이 현 기조대로 추진한다. 이를 위해 벤처산업의 자생력 배양을 위해 기존 자금지원 등 직접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인프라 확충 등 간접지원에 역점을 둬 벤처 생태계를 조성할 예정이다.

  특히 벤처 건전화를 위해 지난해 말부터 시행중인 혁신능력평가 중심의 벤처확인제도를 지속적으로 시행하는 한편 벤처평가의 실질심사는 민간평가기관의 책임아래 운영하되 정부는 형식적인 절차와 평가기관 관리에만 참여하는 등 정부의 참여를 최소화한다. 또 창업보육센터(BI)의 신규건립은 가급적 지양하고 기존 BI의 확장을 통한 생산형 보육센터를 설치, 확대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취약했던 벤처캐피털 제도의 투자여력을 확충하기 위해 벤처투자조합 출자를 목적으로 하는 모태펀드 및 펀드형 벤처캐피털 제도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벤처기업의 기술혁신 인프라 확충을 위해 벤처확인요건에 정부출연 기술개발사업을 포함시켜 정보기술(IT)·생명기술(BT)·나노기술(NT) 등 첨단 신기술의 벤처기업화를 유도하고 산·학 협동 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또 올해부터 국방물자를 대상으로 ‘구매조건부 기술개발제도’를 시행하고 내년부터는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확대, 중소기업의 조달시장 참여를 활성화한다.

 이와 함께 국내 벤처기업의 수출 및 해외시장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현재 미국·중국 등에 설치·운영중인 ‘해외지원센터’를 현지화·특성화해 초기 수출시장 개척을 지원한다. 이밖에도 올해 기업간 인수합병(M&A) 활성화를 위한 종합대책을 수립, 추진한다.

 

 <김종윤기자 jykim@etnews.co.kr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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