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토크](7)총성없는 브랜드 경쟁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는 ‘LG다리’가 있습니다. 크렘린궁 바로 옆의 이 다리는 모스크바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다리 가운데 하나입니다. 기자도 이 다리의 원래 이름은 알지 못합니다. 그냥 모스크바 시민들이 LG다리라고 부릅니다. 이유는 이렇습니다. 한국기업 LG가 러시아에 진출하면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이 다리에 대대적인 광고판(깃발)을 세웠습니다. 다리 난간 사이마다 LG깃발이 365일 휘날렸고 자연히 시민들은 LG다리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더욱 재미있는 것은 LG다리를 건너면서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국립도서관 옥상의 대형 광고판은 삼성이 점령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모스크비치들이 삼성거리라고 이름 붙일지도 모를 일입니다.

 세계는 지금 브랜드 전쟁중입니다. 기업들의 브랜드 경쟁은 공항에서 극명하게 나타납니다. 공항이 한 나라의 첫인상을 좌우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강력한 브랜드 이미지를 심을 수 있는 최적의 장소이기 때문이죠.

 실제로 세계적인 공항은 휴대폰 광고 전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4억원대 휴대폰 시장을 장악하려는 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총성없는 브랜드 전쟁이 공항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죠. 요즘 휴대폰업계에서는 삼성의 공항마케팅이 화제입니다.

 유럽에서 가장 유명한 국제공항으로 손꼽히는 프랑스 파리의 드골공항에서는 매년 6000만명이 삼성의 초대형 휴대폰을 보고 입출국을 하게 됐습니다. 삼성전자가 얼마전 이곳에 높이 12m, 3층 건물 크기로 오른손에 휴대폰을 쥐고 있는 초대형 조형물을 설치했습니다. 휴대폰을 조형물로 만들기는 삼성이 처음입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삼성은 세계 주요 공항에서 소니나 모토로라를 밀어내고 목좋은 자리를 장악해가고 있습니다. “히드로공항에서 출국할 때 삼성의 로고가 선명하게 새겨진 입간판을 보면서 출국했는데 상하이에 도착해 가장 먼저 보이는 게 삼성의 휴대폰 광고판이네요.” 연초 상하이에서 열린 모토로라 행사에 참가했던 이 회사 관계자의 전언입니다.

 앞으로는 삼성뿐만 아니라 팬택·텔슨·세원 등 한국의 여타 휴대폰업체들의 광고판도 세계 주요 공항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한국 휴대폰의 저력을 믿습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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