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도균 한국모바일페이먼트서비스 대표 douglas@kmps.co.kr
1994년 초 서울 COEX의 어느 회의장 한구석에서 10여명의 젊은 공학도가 모여 서로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국내에서 ‘웹’을 일찍 알게 된 사람들이 인터넷 메일을 통해 서로 정보를 교환하다가 COEX에서 열린 어느 콘퍼런스에서 처음 만나는 자리였다. 이 작은 모임이 바로 ‘웹코리아(WWW-KR)’의 태동이었다.
웹코리아의 멤버들은 ‘http://www-forum’ ‘http://www-kr’라는 국내 최대의 메일링 리스트를 운영하면서 웹 관련 기술과 시장 정보를 공유했다. 3년에 걸쳐 7번의 비상업적 워크숍을 개최, 1000여명의 참석자를 모으기도 했다. 그 당시 웹 개발자들의 교과서쯤으로 평가받던 ‘가자 웹의 세계로’라는 웹 관련 기술총서도 이 모임에서 나온 것이었다.
1990년대 말 인터넷의 상업화가 가속화되면서 이러한 비영리 모임은 무대 뒤로 가려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그 당시의 많은 멤버들은 지금도 인터넷업계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현재까지도 이 비영리 모임이 유지되고 있으니 아마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커뮤니티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국내 인터넷 기술의 발전에 웹코리아의 보이지 않는 공로가 크다는 생각이 든다.
필자의 관점에서 보면 국내 인터넷의 발전사는 다음과 같이 나누어 볼 수 있다.
제1세대는 WWW이 나오기 이전 세대로서 많은 사람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인터넷의 가능성을 설파하고 보급을 위해 노력했던 시절이었다.
제2세대는 WWW의 등장과 함께 인터넷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했던 시기라고 할 수 있으며 제3세대는 인터넷의 대중화와 벤처열풍을 거치면서 시작된 상업화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려웠던 초창기 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그 역사가 그냥 묻혀버리는 것이 안타까울 때가 있다.
인터넷업계에서 모든 역사는 성공한 기업을 중심으로 다시 쓰인다. 기업의 시가총액이 바로 권위가 되는 상업적 가치관에 대해 아쉬움을 느낀다. 한국 인터넷의 역사와 철학 그리고 그 길을 처음 만들었던 이들을 되새겨보는 기회가 있었으면 하는 소망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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