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라인]새로운 정신이 먼저다

◆박재성 국제부장 jspark@etnews.co.kr

 

 “대통령 취임식은 새로운 시작을 뜻하며 정부와 국가에 대한 헌신이고 우리 모두에게 새로운 정신을 불어넣어주는 것입니다.”

 인권주의자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미국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지난 77년 1월 20일 제39대 미국 대통령 취임식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의 말은 대통령 취임식의 현대적 의미를 가장 적절하게 표현한 것이 아닌가 싶다.

 통상 취임식은 여러 행사로 구성되지만 그 가운데 핵심은 취임사다. 그것은 새로운 지도자의 국정 운영 철학과 국가의 비전, 즉 국가 장래에 대한 청사진을 담는다.

 그렇지만 취임사가 때로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처럼 국론 분열과 선거과정에서 발생한 개운치 않은 뒷맛 때문에 새 시대에 대한 비전과 정책을 강조하지 못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그러나 대부분 미국의 역대 대통령은 훌륭한 취임사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다. 그들은 정권 안위보다 국가 발전에 초점을 둔다. 미국 대통령은 건국 초창기 자유와 민주를 지향하던 때부터 세계 경영을 목표로 하는 지금까지 그때마다 시대의 요청을 취임사로 화답했다. 대통령의 리더십은 국민이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었던 것이다. 그래서 취임사는 그 자체가 함축성 있는 ‘역사’가 된다.

 2월 25일에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제16대 대통령에 취임한다. 네티즌의 혁명으로 이뤄진 ‘참여정부’ 출범의 역사적 의미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21세기 진정한 정보사회의 첫 대통령이라는 점 외에도 나라 밖으로 보면 급변하는 국제관계에서 평화의 중심에 서야 하는 책무가 가볍지 않다. 또 나라 안으로는 국민 스스로가 승리의 원동력이 된 정권이기 때문에 국민의 기대 수준 또한 높고 경제나 산업 부흥도 등한시할 수 없다.

 그래서 노 당선자가 인식하고 있는 현실과 국정 운영에 대한 소신과 정책을 공식적으로 펼쳐보일 취임사에 이목이 더욱 집중될 수밖에 없다. 특히 새 정부의 대처에 따라 우리나라가 선·후진국의 갈림길에 처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 정보사회에 대한 인식은 가장 궁금한 분야다.

 우리나라보다 정보화 분야에서 몇 년 앞서가고 있는 미국은 지난 97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취임사를 통해 21세기의 정보시대(Information Age)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고 그에 대한 대비를 주문했다. 그로 인해 미국은 지속적으로 정보기술(IT)에 무게를 둔 정책을 펴 소위 ‘신경제’를 창조해냈으며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재정 적자를 흑자로 반전시키며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현재까지 알려지기로 노 당선자는 오늘 취임사를 통해 ‘과학기술 입국’ 정도를 언급할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물론 가장 바람직한 것은 노 당선자가 취임사에서 클린턴 전 대통령처럼 구체적으로 정보사회를 언급하는 것이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대통령은 새로운 정신을 선언할 수 있으나 국민들도 새로운 정신에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대비가 아무리 중요하더라도 새로운 정신의 선언이 먼저 있어야 가능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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