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덕 도시바코리아 사장 idcha@toshiba.co.kr
이번 대구 지하철 사고를 보고 분노와 울분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특히 최초 화재가 발생했던 1079호 전동차보다 뒤늦게 들어온 1080호 전동차의 희생자 수가 전체 희생자의 80%를 넘는다는 보도를 보며 정말 어처구니 없는 참사에 개탄을 금치 못한다. 1080호 전동차의 기관사와 종합사령실 모두, 아니면 둘 중 한 곳이라도 순발력 있게 대처했다면 그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졌음이 분명하다. 그 사람들은 아마 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해 불행 중 다행으로 큰 참사를 모면케 한 시대의 ‘작은 영웅들’이 돼 있을 것이다.
흔히 우리가 주위에서 볼 수 있는 평범한 사람도 언제든지 작은 영웅이 될 수 있다. 물론 원천적인 자질이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끊임없는 자기노력과 함께 조직에서의 교육과 훈련이 바탕이 돼 비상시 영웅적 사고와 통찰력에 의해 영웅적인 결정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요즈음 “글로벌 스탠더드와 경쟁력을 갖춘 핵심 인재가 필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다시 말하면 조직에서 체계적인 훈련을 받고 위기대처 능력을 갖춘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필자의 조직도 마찬가지고, 국내외 위기상황에서 오늘 출범하는 새 정부도 분명 여러 명의 작은 영웅들이 필요할 것이다. 부디 이번 참사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파도가 치지 않는 바다를 항해할 때는 선장이 필요 없다고 한다. 가장 짧은 항로를 선택하고 최소한의 연료로 목적지까지 가는 기관장이면 충분하다는 이야기다. 선장의 역할은 수분, 수시간 후에 일어날 파도와 비상사태를 점검하고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암초에 부딪치지 않고 승객을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모셔다 드리는 것이다. 인터넷 스피드로 변하는 IT산업속에서의 환경과 조직의 변화는 파도가 치는 바다를 항해하는 선박과 불길 속을 뛰어드는 전동차 1080호 와도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 모두 좌초되지 않는 배의 선장이 돼야 할 것이며, 불길 속의 전동차를 구할 수 있는 작은 영웅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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