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실리콘밸리 초고속인터넷, 접속은 초고속 설치는 느림보

 에버그린 마을에서 들려오는 환호소리는 벅 가족이 ‘디지털 어둠’에서 벗어나는 소리였다.

 하지만 벅 가족이 이같이 환호하기까지는 장장 3개월이란 긴 시간이 걸렸다. 크리스 벅(22)과 아버지 게리(55)는 우여곡절 끝에 실리콘밸리 한복판에 있는 자신들의 집에 광대역 인터넷 서비스를 끌어들여올 수 있었다.

 그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벅 가족이 지난해 가을 처음으로 디지털가입자회선(DSL) 서비스를 신청하자 SBC는 벅 가족의 집 근처에 관련 전화회사 장비가 없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 뒤 SBC는 정작 장비가 업그레드됐을 때도 그들에게 알려주지 않았다.

 벅은 “상하수도 관련 민원이라면 이렇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초고속 인터넷은 이제 많은 이에게 물, 전기, 하수도 이용처럼 필수적인 공익재처럼 변했다. 일부에게 인터넷은 업무, 학업, 취미상 없어서는 안될 수단이 됐다.

 그러나 전화회사들은 DSL을 공익재처럼 취급하지 않는다. 적어도 바깥에서 볼 때는 이런 회사로부터 DSL 서비스를 받기란 ‘매직 추첨’과 같다. 같은 지역에서도 어떤 집은 DSL이 가능하고 어떤 집은 안되는 때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 서비스가 안되는 경우에는 언제 서비스가 될 지도 알 수 없다.

 SBC 홍보담당자 존 브리튼은 이에 대해 “경기가 침체돼 오래된 지하 매설 전화장비들에 대한 개선작업이 지체되고 있다”며 “때론 장비 개선 작업을 위한 지하 굴착공사를 하려면 시청으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해 시간이 지체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SBC는 캘리포니아주 전 지역에서 필요한 장비를 공급하기 위해 힘쓰고 있으며 현재 DSL 설치를 원하는 베이지역 고객의 80% 이상이 DSL을 설치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벅 가족에게는 그의 해명이 공허할 뿐이다.

 벅 가족은 지난해 10월에 서비스를 신청했다. 에버그린대학 학생인 벅은 인터넷으로 일부 강좌를 들을 참이었다. 게리는 새 사업을 시작하면서 인터넷에서 관련 정보를 얻을 생각이었다.

 서비스 신청 뒤 고객 서비스 센터의 전화와 기술자들의 방문이 이어졌다. SBC는 그리고는 설치가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당시 이 지역 DSL 전문업체 코바드도 서비스가 가능하다고 했다가 다시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SBC는 지난해 11월 30일 벅 집 근처의 전화장비 개선작업을 마무리지었다. SBC는 올 1월 하순에는 DSL 관련 장비도 설치했다. 벅 가족은 DSL 이용에 맞춰 컴퓨터, 전화, 홈 무선 네트워크망을 재설치했다. 그리고 2월 첫째주 벅 가족의 꿈은 이뤄졌다.

 DSL은 아직 전등 스위치나 수도꼭지처럼 쉽게 이용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게 실현되는 날 진정 모두가 환호하게 될 것이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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