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여의 작업 끝에 이사회 안건까지 만들어 적용을 기다리던 ‘출연연의 성장발전을 위한 평가지표 체계’가 공무원의 말 한마디에 1년 이상씩 보류되는 현실이야말로 현재 과학기술계가 처한 현주소가 아니겠습니까.”
출연연의 새로운 평가시스템이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올해부터 적용되는 배경을 아는 한 출연연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출연연에 대한 평가시스템이 개선돼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자 지난 2001년 연구회는 과학기술정책연구원에 용역을 맡겨 수개월의 작업을 거친 뒤 ‘기관평가시스템 및 평가지표 개선방안’을 만들어냈다고 한다. 그러나 담당 공무원이 ‘출연연의 성장을 억제하고 있는 마당에 웬 성장지표냐’는 어이없는 논리를 펴 1년 이상 새 평가시스템이 묶혀 있을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지난해 연구회에서는 결국 관계 공무원이 ‘성장’이란 말을 빼지 않으면 안된다는 반대 논리에 밀려 과거의 평가시스템을 약간 수정한 채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에 그나마도 새 평가시스템을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관계부처의 문턱이 닳도록 드나든 연구회 관계자들의 충정(?)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기존 기관평가시스템의 경우 구체적인 세부평가 목표가 없어 엉성한 평가가 이뤄질 수밖에 없었으며 지표 종류도 많은 데다 지표간 속성에 대한 불명확성, 지식이나 연구개발 자산 같은 무형자산에 대한 측정이 무시되는 등 문제가 많았습니다.”
이에 따라 연구회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것이 이원적·입체적인 시각에서 출연연의 성장성(양적 지표)과 가치성(질적 지표)을 따져보는 다면평가시스템이다.
“담당사무관이야 자리를 옮기면 그만이지만 그 사무관 한 명 때문에 연구회 사람 전체가 몇 년을 고생해야 한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올해도 역시 같은 이유로 반대에 부딪혀 기획예산처와 국무조정실을 뻔질나게 드나들어야만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무원이야 단순히 판단오류라고 치부하면 되고 자리를 바꿔앉으면 그만이지만 그 판단 때문에 얼마나 많은 전문가가 시간을 낭비하고 애를 먹는지 다시 한번 생각해볼 일이다.
<대전=산업기술부·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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