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성장속도와 IT투자는 비례한다.’
IT는 경영지원 수단이지만 점점 복잡해지는 디지털경제 체제하에서는 경영전략 수립과 이행에 있어 꼭 필요한 요소임을 뜻하는 말이다.
여성캐주얼 업체인 형지어패럴(대표 최병오)은 이 논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대표적인 사례다. 이 회사는 불과 2년 전만 해도 30여개 직영점, 매출액 약 30억원 규모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평범한 의류업체였다. 그러나 2001년 하반기부터 전국에 걸쳐 대리점이 약 200개로 급격하게 늘고 매출액도 지난해 약 500억원을 넘어설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다.
어패럴 업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이러한 성장속도는 ‘미시족을 겨냥한 중저가 여성복’이란 독특한 아이템으로 틈새시장에 뛰어든 최병오 사장의 감각적인 경영수완도 있었지만 ‘기업의 디지털화’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최병오 사장은 “전사적자원관리(ERP)가 없었으면 200여개의 대리점을 관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IT는 재고물량 실시간 파악, 효율적인 생산계획, 판매극대화, 실시간 매출점검 등 전체 업무 프로세스에서 합리적인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형지어패럴은 대리점이 급증하던 지난해 중순 ERP를 구축했다. 그 이전만 해도 시스템이 도스 기반이어서 직접 손으로 자료를 입력하고 출력도 불가능한 채 화면조회만 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었다.
그러나 ERP도입과 더불어 웹POS 설치 등 사내정보화에 나선 덕분에 자동으로 전 매장의 자료를 통합할 수 있게 됐으며, 정보가 한사람에게 독식되던 이전과는 달리 회사 전체 내 정보공유가 가능해져 업무효율성도 크게 높아졌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의류패션 업계는 너도 나도 뛰어들 수 있는 시장이죠. 살아남기 위해서는 고급제품이면서도 가격경쟁력을 갖춰야 하는데 효율적인 지역별 상품분배와 더불어 원가인하 등을 위해서 IT는 필수랍니다.” 최 사장의 IT효용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그는 “디자이너가 만든 제품 중 어느 것에 집중 투자해야 할지 고민할 때도 세부적인 자료를 토대로 한 최근의 결과가 만족스럽다”고 강조했다. 형지어패럴 측은 ERP 이전과 이후의 매출차이를 단순 비교하기는 힘들겠지만 대리점 증가추세를 염두에 두더라도 ERP도입 이후에 매출이 2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형지어패럴은 IT측면에서 아직은 초보수준이라고 판단, 당분간 데이터베이스를 통합하고 자료를 분석해 지역별·고객별 특성에 맞는 고객관계관리를 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기업의 성장세가 역전될 때를 대비한 대책인 셈이다.
이를 위해 첫번째로 4월에 상품의 적중력과 고객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는 마일리지 제도를 마련하고 자재-생산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ERP를 인사급여 등 다른 부문으로 확대전용한다는 계획이다. 30∼40대 여성들이 마음놓고 저렴한 가격으로 질 좋은 제품을 입을 수 있는 국민복을 만들겠다는 형지어패럴. 그 성장 기반에는 IT가 있다.
지난 98년 설립된 형지어패럴(대표 최병오)은 전국 200여개 대리점, 80여명의 직원을 둔 여성 캐주얼 의류업체다. 이 회사는 지난 2001년부터 신사복으로 유명한 ‘크로커다일’ 브랜드로 30∼40대 직업 여성을 타깃으로 한 여성복을 만들고 있다. 2000년도에 33억원 수준에 불과하던 매출액이 2001년도에는 100억원, 지난해 500억원으로 급성장했으며 올해는 약 800억원대로 추정된다. 오는 4월부터 플레이보이 스포츠뉴욕(PBSN)이란 브랜드의 캐주얼 제품을 판매할 대리점 개설에 주력할 예정이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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