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한국지사를 설립한 이래 이사회 참여(보드 멤버) 자격을 갖게 된 첫 여성임원.’ 올 초 한국IBM 마케팅본부장으로 선임된 박정화 상무(44)는 한달여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종종 등장하는 이같은 짧지 않은 수식어가 편치만은 않다.
전산공학과를 졸업한 후 82년 한국IBM에 처음 입사해 개발업무를 맡을 당시 종종 겪었던 ‘회사 일이 꿈에 나타나는’ 경험을 20년만에 다시 하게 될 줄은 박 상무도 상상하지 못했다고 털어놓는다. 그만큼 부담이 크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부담감만이 전부는 아니다. 20년간의 경험에서 오는 여유로움이나 자신감, 그리고 그 시절 그 느낌을 다시 접하는 재미도 만만치 않다.
한국IBM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부터 다양한 제품에 기반을 둔 한국IBM의 이질적인 영업활동을 단일한 ‘얼굴’과 ‘톤’으로 묶어내는 작업. 박 상무가 소속된 마케팅본부는 2000년 이후 전통적인 세일즈 기반의 기업 이미지를 마케팅 기업으로 변신하시키자 하는 한국IBM의 노력을 가장 앞서 이끄는 조직이다. 여기에 CEO·CFO·CMO 등 기업내 각 분야 임원들을 직접 만나 한국IBM의 IT토털솔루션 전략을 알리는 일을 해야 한다는 면에서 그 역할은 막중하다고 할 만하다.
소프트웨어 제품 개발업무를 시작으로 제품기획, 항공산업 담당 영업, 클라이언트 서버 및 e비즈니스 서비스 등 박 상무가 20년 동안 두루 겪은 다양한 업무는 어느 조직보다 ‘균형감’과 ‘고객 중심의 인식’이 필요한 마케팅본부를 이끌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주위의 평가다.
“특정 사업부 위주로 마케팅 구호가 나와서는 안되죠. 그런 면에서는 지난 경험이 크게 도움이 될 듯합니다. 무엇보다 고객의 입장에서 상황을 판단하는 서비스사업본부 근무 경험이 큰 자산이 되고 있습니다.” 고객이 가려워하는 요소를 현장에서 직접 체험한 만큼 한국IBM 대고객 메시지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란 기대다.
마케팅본부로 배치된 박 상무는 팀원들에게 ‘자유로운 창조정신을 바탕으로 한 독창적 아이디어를 만들자’는 메시지를 던졌다. 회사내 어느 조직보다 젊은 만큼 마케팅 업무에 맡는 창조적 발상으로 프로다운 면모를 보이자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박 상무는 위계질서보다는 일할 수 있는 즐거운 분위기 구현을 중요하게 꼽는다.
박 상무의 첫 작품은 3월 5일과 6일, 한국IBM이 1년 중 가장 크게 벌이는 ‘한국IBM 포럼’이다. “비즈니스 온 디맨드 전략에 대한 제각기 다른 이해가 이날 한자리에서 해소될 것”이라는 박 상무는 20년만에 다시 느끼는 흥분에 잠겨 있다.
<글=신혜선기자 shinhs@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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