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피` 왜 사면초가에 빠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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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무선인터넷 플랫폼 ‘위피(WIPI)’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 주도 무선인터넷 플랫폼 개발이 ‘불공정 거래’라고 공격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는 ‘위피’가 자사의 지적재산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가 이러한 압력을 피해가면서 ‘위피’ 생존해법을 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의 노림수는=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불공정 무역행위’ 주장을 통해 퀄컴의 ‘브루(BREW)’ 등 자국 무선플랫폼으로 한국 시장을 독식하겠다는 속셈을 갖고 있다.

 USTR측이 지난해부터 여러 채널을 통해 우리 정부에 위피개발 포기를 종용해온 것은 이러한 이유에서다. 최근에는 개발하더라도 의무사용만은 하지말라고 ‘톤’을 낮췄으나 기본 전략은 그대로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의 지재권 침해 요구는 일단 로열티를 받기 위해서다. 하지만 선은 무선 강국인 한국이라는 선진 시장의 중요성을 감안해 제휴쪽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선마이크로시스템스측은 위피를 자사의 유선인터넷플랫폼 전략인 ‘선원(Sun One)’에 포함시키기를 내심 바라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대응 논리는=정통부는 USTR와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측과 만나 정부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밝히고 대응책을 마련중이다.

 정통부는 우선 정부가 직접 개발하는 것도 아니며 표준의무화 역시 확정된 것도 아니어서 USTR의 공세는 잘못된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미국에 머물고 있는 협상단도 이러한 논리를 집중적으로 전개할 방침이다.

 지재권 침해 역시 아직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ETRI에 문의한 결과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통부는 내심 긴장하고 있다. 협상단 중 일부가 미국 선마이크로시스템스측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정통부는 이번 협상단 파견은 세계무역기구(WTO) 통신서비스 개방협상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사안으로 위피를 포함한 표준에 관해 USTR와 논의를 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될까=어쨌든 미국 정부를 앞세운 퀄컴측이나 라이선스 문제를 거론한 선마이크로시스템스측이 우리정부가 독자표준으로 내세운 ‘위피’에 대해 전방위 공세를 시작했다는 점에서 우리정부의 대응이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업계에소는 정통부가 위피를 의무화하지 않으면서 선측과 제휴하는 방식으로 USTR의 통상압력과 선의 지재권 압력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제기했다.

 이같은 방안이 현실화할 경우 선을 등에 업고 해외 진출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그러나 이미 국내 업체의 표준이 있는 상황에서 뒤늦게 ‘위피’를 내놓고 국내 솔루션 및 콘텐츠 업계가 세계 시장을 주도하겠다는 당초의 취지와 어긋난 것이라는 비판을 면키 어려울 전망이다.

 ‘브루(BREW)’ 플랫폼 개발자인 퀄컴과 제휴사인 마이크로소프트의 반발도 예상된다. 정부가 주도한 특정 무선인터넷 플랫폼이 ‘닷넷’ 전략과 연관된 ‘브루’와 경쟁을 하는 것으로 한국 정부가 퀄컴과 마이크로소프트사를 간접적으로 공격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이는 퀄컴이 가장 우려하는 그림이다. 

 업계에서는 위피를 둘러싼 현안 해결이 늦어질 경우 국내 솔루션과 콘텐츠업계가 혼란을 빚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김인진기자 ijin@etnews.co.kr>

 

 ◆위피◆

 ‘위피(WIPI)’는 휴대폰에 내장되는 무선인터넷플랫폼 규격으로 한국무선인터넷표준화포럼을 통해 지난해 4월 규격이 확정됐다. ‘위피’가 논란을 빚는 것은 정보통신부가 지난해부터 국내 무선인터넷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위피’를 국가표준으로 채택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통신부는 ‘전기통신설비의 상호접속기준’을 개정하는 형태로 이동통신사의 ‘위피’ 채택을 의무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위피’가 의무화될 경우 이통사는 기존에 사용하던 무선인터넷플랫폼 대신 ‘위피’를 탑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