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희덕 한국음악산업진흥재단 이사장 seoheed@hanmail.net
음반시장 불황이 좀처럼 걷히지 않고 있다. 음반 판매가 급격히 하락한 것은 물론 제작 물량 감소, 작품자들의 창작열 저하 등으로 이어지는 업계 전반의 침체는 음반업계 종사자들을 사상 유래가 없는 위기의식에 휩싸이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는 그들 사이에서 음반산업 자체가 사양산업이라는 말까지 심심치 않게 흘러나오고 있다.
2000년 4000억원 규모이던 국내 음반시장은 2001년에 3700억원으로 감소했고, 작년에 2600억원 규모로 축소됐다. 외형으로만 본다면 최악의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불황의 늪에 빠져들기 시작한 우리 음반산업은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이고 그 끝은 과연 어디일까.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음반업계의 이러한 위기는 이미 예고된 것이었고 언젠가 한번쯤은 겪어야 할 통과의례다. 따라서 이제 그 불황과 위기의 근원적 해결을 위한 업계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지금 세계 국가들의 미래를 담보하는 최대 무기는 당연히 문화콘텐츠고 그 선두에 미국이란 나라가 있다. 막강한 할리우드 영화를 바탕으로 세계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미국은 대중음악시장만 얘기하더라도 경쟁력이 압도적이다. 특히 미국의 엔터테인먼트산업은 전반적인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해마다 평균 5% 정도 괄목할 만한 성장을 누리고 있는 점에서 우리와 대조를 이룬다.
침체의 늪에 빠진 우리 대중음악 산업의 발전을 이룰 키워드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음반 판매가 유일한 음악산업이었던 구태에서 벗어나 음반 유통의 현대화, 저작권의 엄격한 보호와 적용, 공연을 통한 새로운 뮤직 비즈니스 개발 등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전략의 축을 형성해야만 비로소 음악산업의 발전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세계 시장의 흐름에 발맞추지 못하는 우리 음반산업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취약한 시스템이다. 기획에서부터 제작, 판매에 이르기까지 어느 것 하나도 철저한 마케팅과 시장 원리로 무장된 것이 없다는 얘기다. 따라서 세계 시장에서 요구하는 고도의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시급한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음반제작자들이 새로운 음악시장에 대응하는 경쟁력을 키워야만 한다. 단순한 음반제작자의 개념에서 벗어나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과 인터넷시장까지 모두 포함하는 원소스멀티유스 전략으로 무장해야 하며, 동남아를 비롯한 세계 시장을 겨냥하는 광범위한 마케팅 전략을 펼쳐가야 한다.
다음으로 우리 음반산업계가 안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는 비효율적인 음반유통 관행이다. 새로운 시장 질서를 창출할 만한 시스템과 음반유통 전문인력의 절대 부족으로 음악 소비자들의 요구가 음반 기획과 제작에 반영되지 못하고, 음반제작자들의 판단에 의존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막대한 제작비 낭비로 이어지게 된다.
음반시장의 활성화를 가져오기 위해서는 저작권의 철저한 보호 방안이다. 음원의 활용범위가 날로 늘어가고 있는 만큼 저작권자를 비롯한 음원제작자들의 권리를 철저하게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한 음원의 불법적 유통이 음반 판매의 극심한 침체를 가져오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의 불법음반 근절 대책이 철저하게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특히 온라인의 경우에는 이를 감시하고 관리할 음원제작자협회와 같은 저작권 신탁 관리단체의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 또 이를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개발로 음원 활용의 폭을 넓히고 수익의 증대를 꾀해야 한다. 그리고 사적복제보상금제도의 조기 정착과 음반재판매가격유지제도를 도입, 음반시장의 새로운 질서를 구축하는 것도 음반시장 불황을 극복하는 확실한 대책이 될 수 있다.
이외에도 음악산업의 진흥을 위해서는 기본적인 산업 인프라가 구축돼야 함은 물론이다. 음반 판매와 저작권을 통한 단편적인 수익구조에서 탈피해 보다 광범위한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전문공연장 확충과 세제혜택 등 정부 차원의 지원과 보완책이 필요하다. 또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산업으로 키우려는 언론과 방송 프로그램의 체질 개선 역시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음악산업이 철저한 협력사업인 만큼 업계 종사자 모두의 긴밀한 유대와 협조가 기반돼야 한다.
우리 음악산업은 지금 고비를 맞고 있다. 세계 시장의 주류에 편입되느냐 아니면 세계의 변방으로 남느냐 하는 기로에 서있다. 세계적 문화산업 강국의 노력을 예의주시하고 우리에게 맞는 경쟁력을 갖출 때가 바로 지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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