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자정부 추진체계 재검토를

 전자정부 추진체계의 전면 재검토가 필요한 것 같다. 설계방법을 잘못 적용하거나 기능이 같은 시스템을 중복 개발하면서 낭비되는 사업비가 엄청나고, 업무수행에 꼭 필요한 기능을 누락시켜 시스템 활용도가 떨어지고 있다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전자정부 구현사업 추진실태’는 전자정부 추진체계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각 부처들이 사전협의 절차를 무시하고 민원서비스혁신시스템과 국가재정정보시스템 그리고 시·군·구 행정 종합정보화사업을 추진함에 따라 시스템이 중복 구축되는 등 엄청난 사업비가 낭비되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정보화의 기본 틀인 정보화촉진기본계획이 원칙 없이 수립되고, 불합리한 정보화사업추진체계로 인해 국가정보화사업의 효율성이 저하된다는 것은 보통 문제가 아니다. 전자정부 11대 핵심사업, 전자정부 관련 정보화사업, 국가정보화사업 추진체계 등으로 나눠 실시됐던 감사원의 감사결과 보고서를 토대로 전자정부 추진체계를 전면 재검토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본다.

 이번에 지적된 사항은 실로 다양하다. 전자정부 11대 핵심사업의 경우 사업비 중복투자 및 시스템 활용도 저하가 가장 큰 문제다. 민원처리 대상업무 및 공동이용 정보를 확정하지 않고 시스템을 개발함에 따라 사업비 낭비는 물론 시스템 활용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시·군·구 행정 종합정보화사업은 주민행정·토지지적·주민등록·차량 정보시스템과 연계되지 않아 변동사항 등을 실시간으로 제공하지 못하고 있으며, 국가재정정보시스템은 시스템 사용자를 회계직으로 한정함에 따라 지출원인행위시점에 예산가용액을 파악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구매·계약 요청과 발주 그리고 계약변경 기능도 없기 때문에 시스템을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한다.

 사업주체가 불분명하다는 것도 문제다. 전자서명은 정보통신부, 전자관인은 행자부로 이원화되고 여기에 대법원마저 별도의 인증센터를 설치할 계획이라니 업무의 중복과 혼선은 불보듯 뻔하다.

 급속히 변화되는 정보화여건을 제대로 반영치 못하는 정보화촉진기본계획의 수립주기도 바꿔야 하고, 불합리한 정보화사업추진체계도 개선해야 한다. 특히 위원장과 간사의 소속기관이 달라 총괄·조정기능이 떨어지는 정보화추진위원회 및 실무위원회가 제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전문성과 중립성을 갖춘 국가정보화사업 추진 전담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그래야만 사업계획을 조정하고 평가하는 등 국가정보화정책을 내실 있게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잘 알다시피 전자정부 구축사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다. 따라서 아직은 부족하고 미흡한 점이 많다. 하지만 우리가 가야 하는 길임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전자정부가 정착되면 공무원들의 불친절이나 민원인이 느꼈던 짜증이 사라지고 행정의 투명성이 확보되는 등 부정부패 소지도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조달행정이나 교육행정 등에 미치는 사회적 이익도 엄청나다. 전자정부 이용상황을 수시로 확인 점검하고 미흡한 부분을 보완하는 등 시스템을 안정화시켜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지금부터라도 부처간 협의에 적극 나서 중복개발을 최소화하고 활용도를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자정부 추진체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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