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세금리 제로시대, 벤처캐피털업계가 자금 굴리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9일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은행금리가 4%대에 진입,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실질 금리가 0%에 접어들면서 단 0.1%라도 높은 이자를 제시하는 곳으로 벤처캐피털들의 미투자 자산이 몰려다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상황은 벤처투자조합의 경우 조합 규약상 확정금리형 금융상품 외에는 운용할 수 없도록 돼 있어 현실적으로 주식투자 등 다른 운용방안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자 수익이 펀드수익률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함에도 불구하고 단 0.1%의 이자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실제로 수백억원대의 미투자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W사의 경우 3개월 혹은 6개월의 예금만기가 돌아올 때마다 거래 중인 5개 은행과의 금리협상을 통해 높은 이자를 주는 은행으로 자산을 예치하고 있다.
또 D사도 최근 3개월 만기가 돌아온 30억원을 기존 거래금리(4.2%)보다 0.2% 높게 주겠다는 H은행으로 옮겼으며 다음달 6개월 만기가 돌아오는 50억원도 이곳으로 옮길 계획이다.
조합이 많은 대형 벤처캐피털들이나 벤처거품이 빠지면서 설립된 후발사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이와 관련해 W사 관계자는 “간혹 증권사 MMF 등에도 투자를 하지만 이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며 “기본적으로 벤처투자조합 자체가 고위험의 성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미투자 자산의 경우 가장 안전한 자산관리를 기본으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미투자 자산을 많이 갖고 있을수록 펀드수익률은 하락한다”며 “근본적으로 캐피털콜(투자시점 자금납입) 방식을 도입, 0.1%의 이자 수익을 따먹기 위해 벤처캐피털들이 고민하지 않고 투자 본연의 임무에 충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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