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가전업체, "2월은 잔인한 달"

 ‘2월은 죽음의 달.’

 중소 가전업체들이 최근 이라크전쟁에 대한 우려로 유가가 급등하면서 최악의 2월을 맞이하고 있다.

 가뜩이나 소비심리 위축으로 소비자들의 발길이 끊어진 데다 유가인상으로 ABS, 레진, 펄프 등 원자재 가격까지 덩달아 급상승, 생산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부 중간 유통업체들이 합성수지, 철판 등 원부자재의 유통물량을 줄이면서 현금을 주어야만 원자재를 조달할 수 있는 상황이어서 제조사들은 생산물량 축소 등의 비상대책까지 마련하고 있다.

 인천에 위치한 A사는 최근 펄프가격이 급등하면서 가전제품을 포장하는 박스가격이 오르자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A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가 2단계 유가안정대책을 실시키로 하자 석유화학 제품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며 “직원들의 임금인상 요구와 생산단가 인상으로 인해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미국의 이라크 공격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소비자들이 충동구매를 자제하는 대신 계획구매를 하는 현상도 매출 감소를 낳는 요인”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전기밥솥을 생산하는 B사도 매출이 IMF 때보다 떨어지는 데도 불구하고 원재료 가격이 계속 올라감에 따라 생산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당 1300원 수준이던 원재료 가격이 최근 1800∼2000원으로 상승했을 뿐 아니라 포장박스 가격도 미터당 20∼30% 가량 높아지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배럴당 23달러였던 원유가격이 최근 30달러대로 치솟으면서 ABS, 레진 등 원재료 가격이 40% 가량 올랐다”며 “특히 업체들이 마진구조 및 현금유동성 확보를 위해 저가로 덤핑에 나설 가능성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라 시장상황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냈다.

 선풍기 및 전기히터 등 계절상품을 생산하는 C사의 경우 원자재가격 인상분을 판매가격에 반영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 판매가격 인상→매출부진→현금유동성 위기라는 악순환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C사의 관계자는 “지난해말 ㎏당 1800원이던 ABS, PP, AS 등 합성수지 조달가격이 최근 2000원 이상으로 폭등하고 히터 생산의 주요 자재인 철판가격도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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