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노기술에 대한 산업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나노기술은 재료를 미세하게 깎아서 나노구조물을 만드는 톱다운(top down) 방식과 분자단위의 자율적 결합으로 나노구조물을 형성시키는 바텀업(bottom up) 방식으로 나뉜다. 선진국에 비해 미세 가공기술이 떨어지는 우리나라는 나노기술연구에 있어 톱다운보다 바텀업 방식에 중점을 둬왔다.
그러나 톱다운 방식은 기존 산업용 가공기술의 연장선상에 있기 때문에 나노기술의 상용화 가능성에 있어 바텀업 방식보다 훨씬 유리한 입장이다. 이 톱다운 방식으로 나노급 초정밀 가공을 하려면 제어기와 구동기를 나노단위 정밀도로 움직이는 나노제어 시스템이 핵심기술이다.
나노제어시스템은 통상적인 정밀기계에서 요구되는 0.001㎜ 단위의 제어정밀도보다 10∼500배 정도 더 정밀한 제어단위를 만족해야 한다. 따라서 나노제어시스템은 기존 가공시스템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기술이 필요하다. 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 단위로 가공기계를 움직이려면 기존 회전형 서보모터의 분해능을 높이는 전통적인 방법과 초정밀 직선형 모터(리니어 모터)에 위치측정시스템을 조합시켜 나노단위 구동을 가능하게 하는 두가지 방법이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서보시스템의 나노단위 구동은 기존 공작기계 분야에서 바로 적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현실성과 활용성이 매우 높다.
또한 반도체장비와 같이 정확한 위치결정이 필요한 경우는 피에조 방식을 이용한 나노구동장치가 많이 사용되는 추세다. 이러한 위치 결정기구는 스테퍼(stepper) 혹은 나노 스테이지에 적용할 수 있어 그 활용성이 매우 높다. 나노제어시스템은 정밀한 위치보정을 위해 대용량의 데이터 송수신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정보기술(IT)과 긴밀한 연관성을 지니며 외부진동으로부터 완벽한 차단이 필요하다.
나노제어시스템이 장착된 가공장비는 최근 IT산업의 발전에 따른 정보통신부품, 광부품 및 생체실험용 부품 등 첨단제품 가공에 활용범위가 급속히 늘어나는 추세다. 실제로 나노급 정밀도를 지닌 가공설비는 정보통신부품과 광부품 등을 다루는 최고급 공작기계 용도로 세계적으로 제품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관련기술이 미비해 매년 수백억원대의 설비를 해외수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나노제어시스템이 가공설비에 장착되면 기존 설비에 비해 공급가격이 평균 20배나 치솟는다. 공작기계에 장착되면 나노 수치제어장치(CNC)라 불리는 고급공작기계의 핵심모듈이 된다. 기반기술이 취약한 국내 장비업계의 고부가가치화를 위해서 나노단위 시스템제어기술의 국산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최근 국내에서도 가공오차를 10∼20㎚ 단위로 줄이는 나노제어시스템 개발이 활발한데 3∼4년 안에 국내 제조업계의 가공기술 수준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나노제어시스템이 국산화될 경우 대당 10억원이 넘는 고가의 외산 초정밀 광부품가공기, 플라즈마용접기 등 고급공작기계의 원천기술을 확보해 오는 2007년까지 수입대체효과가 1700억원대에 달할 전망이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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