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밴드 `열풍`은 계속된다

 올해 대중음악을 주도할 장르라면 단연 록이다.

 그렇다고 록이 새로운 장르인 것은 아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대중음악의 근간을 이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 한일월드컵을 계기로 록은 대중과 한결 친숙해지는 분위기다. 거리문화를 대중화한 윤도현밴드가 국민가수로 성장한 것을 비롯해 노장밴드 부활의 ‘네버엔딩 스토리’가 화려하게 부활했고, 체리필터·롤러코스터 등도 대중으로부터 자발적의 인기를 얻은 것이다.

 지난해 불었던 록밴드 ‘열풍’은 올해도 지속될 전망이다. 대형 음반사마다 록밴드를 구성하기 위해 작전에 돌입했는가 하면, 클럽을 위주로 여러 록밴드들이 자생하고 있다. 이는 실력있는 라이브 가수가 주류로 떠오를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장르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한 방향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언더그라운드 록밴드가 진정으로 대중음악계의 한 축으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길이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대중음악 평론가 성우진씨는 “록밴드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은 사실이지만, 록을 수용할 만한 환경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록밴드가 설 수 있는 라이브클럽이라고 해봤자 5곳 안쪽이다. 규모도 100∼200명을 수용하는 데 불과하다. 대중음악 전문 라이브 공연장이라고 해서 별도로 있는 것도 아니다. 체육관에서 할라치면, 쫓아다니는 세금만도 한두개가 아니다.

 특히 지상파 프로그램에서 록밴드를 알리는 작업이 선행돼야 하지만, ‘뜨지 않으면 밀어주지 않는’ 것이 방송계의 생리인 만큼 방송가에 얼굴을 내밀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언더그라운드에서 활동하던 록밴드와 방송계, 대형 음반사가 기본적으로 일치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도 문제다.

 이 때문에 실력파 록밴드가 하나둘씩 자취를 감추고 있다. 아예 업종을 전환하거나 나이트클럽에서 기타반주를 하며 생활고를 삭이고 있다.

 성우진씨에 따르면 록은 대중음악의 가장 근간이자, 트렌드다. 록이 살아야 대중음악이 살고, 우리나라의 음악시장이 산다는 얘기다. 문화연대 고은씨도 “대중음악의 뿌리가 되는 언더그라운드 음악에 대한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있어야 우리 대중음악이 내실있게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나마 최근들어 반가운 소식들이 나오고 있어 희망을 품게 한다.

 라이브클럽주 중심의 연합체로 ‘라이브클럽연대’가 발족됐는가 하면, ‘락발전협의회’도 구성돼 본격적인 활동을 준비중이다. 라이브클럽연대는 라이브클럽주와 록밴드의 권익을 보호하고 자신들의 존재가치를 널리 알릴 계획이다.

 작년부터 ‘라이브 공연 활성화 없이 대중음악의 미래는 없다’는 모토를 내걸고 거리서명운동과 온라인 서명운동을 전개해온 문화연대와 대개련은 올해도 지속적인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뮤지션과 팬이 직접 참여하고 소통할 수 있는 라이브 콘서트를 기획, 대중음악의 새로운 전기 마련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여론을 형성하려는 의도에서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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