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구 코인텍 대표이사(jkseo@kointech.com)
‘골리앗’으로 비유되는 대기업에 대등한 교섭력을 가질만한 새로운 기업연합체 세력이 부상하고 있다. 가상기업(virtual corporation)은 마치 ‘현대판 다윗’의 등장을 연상시킨다.
“급변하는 시장환경에서 기업은 전략적이고 최적화된 나뭇가지 구조보다 순응적이고 유동적인 거미줄 구조, 즉 역동적이고 진화된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거미줄 구조로의 내부적 재편은 네트워크 경제의 결과 중 하나일 뿐이다. 그 외 다른 것들은 기업 단독으로는 결코 실현시킬 수 없다. 각 기업들은 다른 조직에서 성공적으로 입증된 예를 차용함으로써 다른 기업들과 연계해야 한다.”
앨버트 라즐로 바라바시는 그의 저서 ‘링크’에서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로 연결돼 마치 하나의 기업처럼 운영되는 가상기업의 필연적인 등장을 예견하고 있다.
가상기업은 그야말로 디지털 경제가 낳은 획기적인 산물이다.
기업 가치사슬의 측면에서 보면 과거 기업들은 수직적 가치사슬 구축을 통해 고객과 공급자·파트너 등과 관련 정보를 신속하게 획득하거나 전달하고 이를 통해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성 제고 및 고객대응 능력을 높일 수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기술은 매우 효율적인 네트워크화를 통해 이들 집단간의 보다 풍부하고 다양한 의사소통 및 협력관계를 이끌어냄으로써 기업들이 가치사슬상의 주요 단계를 직접 소유하지 않고 전략적 제휴나 아웃소싱을 통해 기업 성과를 제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수직적 가치사슬의 통합시대에는 경쟁우위의 확보가 평균적인 개념이었다. 예를 들어 기업의 가치사슬 전체의 평균 비용이 경쟁력이 있다면 가치사슬의 각 단계에서 비용 우위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진 않았다. 그러나 가치사슬이 해체된 디지털 경제시대의 기업들은 개별 가치사슬 단계에서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결국 기업들은 자의든 타의든 경쟁력을 가지고 있는 분야에 보다 집중함으로써 명확한 핵심역량을 확보하고, 타 분야에서는 다른 기업과의 제휴 및 파트너십 강화를 통해 사업을 수행해 나갈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세계적인 네트워크 회사인 시스코 사례에서 가상기업의 전형을 엿볼 수 있다. 시스코는 자사 솔루션의 핵심기술 및 소프트웨어 디자인 부문의 핵심역량 확보에 주력하는 대신 대부분의 제품 생산은 아웃소싱을 활용했다.
또한 다수의 외부 협력업체들과 네트워크화된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전체 가치사슬이 마치 한 회사처럼 움직이도록 했다.
가상기업은 업종과 조직·국가 등의 경계를 초월해 존재하며 사업기회의 변화에 따른 개방된 환경하의 파트너 선택, 참여 기업들의 동등성 보장 등의 특성을 갖는다. 그리고 고객·공급자·파트너 등 모든 거래집단들을 상호 연결하기 위해서 수직적인 통합이 아닌 수평적이고 상호 유기적인 개방된 통합환경을 반드시 필요로 한다.
이를 통해 가상기업 내의 기업들은 새로운 사업기회 참여 확대와 위험 및 비용 분산, 중복투자 최소화, 신속한 고객대응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핵심역량의 관리 실패시 외부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거나 프로젝트 기반의 이합집산 등은 가상기업의 위협 요소들이다.
흥미롭게도 기업정보화의 기본 인프라인 전사적자원관리(ERP)가 진화·발전된 확장형 ERP는 이 분야의 가상기업 출현 가능성을 보여준다.
전통적인 ERP시스템이 기업내부 자원의 최적화에 국한됐다면 확장 ERP는 고객관계관리(CRM), 공급망관리(SCM) 등이 유기적으로 통합·연동됨으로써 기업 내 외부의 연계를 바탕으로 모든 정보를 거래집단간의 협업을 위한 툴로 바꿔준다. 또 ERP업체들간의 제휴를 통한 전문 템플릿의 공유도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가장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이다.
더구나 세계적인 다국적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치열한 소프트웨어 수출 환경을 생각하면 국산 솔루션업체들간의 결합적 제휴를 통한 가상기업 외의 대안은 거의 없어 보인다. 가까운 장래에 기업용 솔루션을 비롯해 각 부문에서 얼마나 많은 가상기업들이 출현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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