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화업계, 인터넷전화 업계 견제

 미국에서 인터넷전화업계에 대한 기존 전화업계의 반격이 시작됐다.

 C넷(http://www.cnet.com)에 따르면 버라이존커뮤니케이션스·벨사우스·퀘스트커뮤니케이션스 등 전화서비스업체들은 최근 열린 북미전화번호협의회(NANC)에서 미 연방통신위원회(FCC) 등 규제당국에 대해 인터넷전화업계의 ‘위조번호(designer numbers)’ 사용 등 불공정 관행을 조사해줄 것을 촉구했다.

 전화서비스업체들은 “인터넷전화업체들이 소비자들에게 거주지가 아닌, 다른 지역 전화번호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전화업체들이 지역전화업체들로부터 전화번호를 배분받아 사용하는 과정도 불투명하다”며 FCC가 이같은 상황을 파악해 시정해줄 것을 요청했다.

 전화업체들의 이같은 지적에 대해 전문가들은 “인터넷전화 속성상 미국의 법·제도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지역전화번호를 선택할 수 없다”면서 “전화업계가 급성장이 예상되는 인터넷전화업계에 대해 딴죽을 거는 행위”라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 인터넷전화는 저렴한 요금을 앞세워 미국을 비롯한 세계 시장에서 보급이 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인 텔레지오그래피는 지난해 세계 인터넷전화량이 180억분으로 전체 통화량의 10%였다면서 앞으로도 인터넷전화는 수요량이 늘면서 일반 전화에 도전할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전화 업체인 보니지와 넷투폰도 가입자가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화업체들의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인터넷전화 시장은 성장에 급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FCC는 오히려 NANC의 전화번호 배분안을 비난하는 등 인터넷전화업체들을 지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서는 이번 전화업체들의 FCC에 대한 요구가 목전에 다가온 미국 정부의 전화정책 개편과정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제스처로 풀이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최근 들어 휴대폰·팩시밀리 등이 폭증하면서 미국은 물론 캐나다·괌·버뮤다·트리니다드 등에서 사용중인 기존 10자리 전화번호가 오는 2025년이면 고갈될 것으로 보고 ‘12자리’ 번호체계를 검토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화번호는 이론적으로 6400억개까지 늘어난다. 반면 FCC가 추진중인 ‘번호휴대성’ 정책과 ‘전화번호 일괄배당’ 정책은 기존 전화업체들의 사업 장애요인이 있어 전화업체들은 이에 대한 반작용으로 인터넷전화업체들을 견제하고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벨사우스의 관계자는 “인터넷전화업계에 대한 견제라기보다 잘못된 상황을 바로잡기 위한 것”이라면서 “인터넷전화업계에 대한 문제제기는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세계적으로 인터넷전화장비의 판매는 급증하고 있어 올해 8억8300만달러로 추정되는 이 시장은 오는 2006년 27억4000만달러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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