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양치기 소년 `정통부`

◆IT산업부·장동준기자 djjang@etnews.co.kr

 이번 인터넷 마비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한 정통부는 25일 오후부터 장관 주재로 관련 실국장 회의를 시작으로 26일 오전 브리핑에 이르기까지 신속한 움직임을 보이며 이번 사건과 관련된 자료를 쏟아냈다. 과거 보안문제에 굼뜬 대응을 하던 모습과는 사뭇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자료를 본 기자들은 시시각각 이와 관련된 기사를 보도하기 시작했다. 그 골자는 “KT 혜화지사의 서버가 해킹으로 다운됐고 이에 따라 인터넷이 두절된 것”이었다. 따라서 비난의 화살은 이를 막아내지 못한 KT로 모아졌고 이 문제만 해결되면 인터넷이 복구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그러나 결과는 다르게 나타났다. KT 혜화지사의 서버는 56분 만에 복구됐지만 많은 인터넷 사용자는 여전히 먹통인 컴퓨터 앞에서 분통을 터뜨렸다.

 같은 시간 백신업체는 이번 사건의 원인을 바이러스라고 분석하고 이를 치료할 수 있는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정통부가 헛다리를 짚고 있는 동안 업계는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고 대책마련에 들어간 것이다.

 문제는 정통부가 업계 전문가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냐는 것이다. 백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26일 오전 대책회의가 열리기 전까지 정통부에서 이번 사건과 관련된 문의를 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 대책회의에서 백신업체 사장들이 정확한 원인을 제시하고 이에 대책을 내놓자 정통부도 부랴부랴 보도자료를 수정하는 촌극을 연출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 관계자는 “사건이 터진 상태에서 신속한 대응을 위해 당시까지 모아진 정황에 의거해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보안피해에 대해 발빠른 대응은 필수적이다. 하지만 정통부는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마련하는 전문가 집단이 아니라 전문가 집단을 조율하는 행정집단이라는 것이다.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이를 넘어서 섣부른 결론을 내는 것은 늑대의 출현을 알리는 양치기 소년과 다름없다.

 사상 초유의 인터넷 대란이라는 재난을 겪으며 정통부가 민관을 조율하는 정책집단으로 거듭난다면 앞으로 닥칠 재난의 상당 부분은 막을 수 있다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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