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제작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9살때 부친을 따라 미국으로 건너와 교육을 받으면서 미국적인 사고를 할 수 있게 된 덕분입니다. 여기에 초창기 딜러로 활동하면서 할리우드에서 사람들을 하나하나 사귀어가면서 많은 인맥을 쌓은 것이 주효했죠. 물론 운도 따라줬습니다.”
할리우드에서 가장 성공한 한국인 2세인 패트릭 D 최 사장은 한국 문화콘텐츠 업계의 미국진출 가능성에 대해 ‘할리우드는 능력에 따라 얼마든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시장’이라는 한마디로 정리한다. 물론 전제조건은 있다. 영어가 되고 현지에 인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 현지화된 사고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 사장은 뉴욕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하고 오라클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다 지난 89년 할리우드에서 딜러로 영화업계에 뛰어들었다. 초기 4년간 미국 영화를 한국시장에 배급해오다 지난 94년부터 직접 제작에 나서 브리지드 닐슨 주연의 ‘터미널포스(Terminal Force)’와 스티븐 시걸 주연의 ‘페트리어트(Patriot)’를 비롯해 최근까지 총 12편의 영화를 제작했다.
특히 지난 2000년에는 ‘더 와처(The Watcher)’라는 영화로 2주간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면서 할리우드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독립 제작자로 떠올랐다.
“할리우드에서 성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메이저사와 연결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 7개 메이저사가 전체의 80∼85%를 직접 제작해 배급하는 관계로 대부분의 독립제작사들은 예고편을 만들어 홍보하고 판매한 연후에 이를 담보로 자금을 유치해 제작하는 프리세일즈 전략을 쓰고 있습니다.”
최 사장은 할리우드에 기반이 전혀 없는 한국 영화계가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현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미국 영화산업의 구조가 한국과는 판이한 데다 문화는 물론 촬영기술과 방법 및 인적 자원에서도 많은 차이를 보이고 있고 파이낸싱 및 배급·영화관 섭외 등에 필요한 계약의 종류와 방법 등도 다양해 이에 적응하지 않고서는 흥행작을 만들 수 없다는 설명이다.
최 사장은 이어 “최근 한국 사이더스사와 ‘라운 드라이 워리어’라는 액션영화를 공동 제작중이며 H스튜디오와 TV용 애니메이션인 ‘포테이토 플러넷’을 공동제작키로 계약, 예고편을 제작해 현지 방송사와 접촉을 벌이고 있다”며 “앞으로 한국업체들과 협력해 할리우드 현지에서 작가와 배우 및 감독을 섭외하고 한국 인력도 투입해 현지에서 흥행할 수 있는 영화를 제작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 영화인력들이 미국에서 함께 일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많은 노하우와 방법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 영화업계에서도 우선은 배운다는 자세로 미국시장에 접근해야 하며 정부 차원에서도 한국 영화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이같은 현지화를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로스앤젤레스=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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