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뻥 뚫린 신뢰" "무너진 주가"

 SK텔레콤이 지난 2000년 4월 이후 2년 9개월만에 처음으로 하한가까지 추락하며 증시에 충격파를 던졌다.

 23일 SK텔레콤은 전날 콘퍼런스콜을 통해 발표한 비동기식 IMT2000(WCDMA) 투자규모 확대 등의 후폭풍으로 주가가 18만8550원까지 급락했다. 이날 종가는 지난 2001년 미국 9·11테러 직후 주가보다 더 떨어진 것이다.

 증시 전문가들은 SK텔레콤의 이례적인 주가급락을 놓고 2002년 실적에 대한 실망보다는 투자자와 경영진간의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 데 따른 투매성향이 강한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SK텔레콤은 22일 기관투자가와 애널리스트 대상의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WCDMA 설비투자를 위해 5200억원 등 총 2조4900억원을 시설투자비로 집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는 당초 시장의 올 투자 예상치 1조5000억원을 1조원 가까이 상회하는 수치다.

 이 같은 계획에 대해 통신 애널리스트들은 지난해말 SK텔레콤측이 밝힌 잉여현금흐름(FCF)의 30% 가량을 배당 및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에 사용하겠다는 방침의 실질적인 효력을 현저히 떨어뜨리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당장 올해 예상 FCF 규모가 줄어들 것은 기정 사실이고 30%의 정률을 적용하더라도 실제 주주들에게 돌아갈 금액은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와 투자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여기에 지난해 정통부 IT 기금조성 참여에 이어 이번 대규모 차세대 통신투자 계획 등이 정부규제의 방향성과 맞물리면서 앞으로 투자위험(리스크) 요소가 계속 존재할 것이란 인식도 투자자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이다.

 정승교 LG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동통신 지배사업자에 대한 정부규제 강도가 강화되고 있으며 결국 이 같은 조치가 설비투자 확대로 이어진 것”이라며 “당초 올해 예상됐던 1조7300억원 규모의 FCF가 8300억원 정도로 축소되는 것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에 대한 투자심리 급랭은 증권사들의 목표주가 하향조정으로 이어졌다. 동원증권이 기존 ‘매수’의견은 유지하면서 목표주가는 33만원에서 28만5000원으로 낮춘 것을 시작으로 대우증권, LG투자증권, CLSA증권 등이 목표주가를 최대 15% 가까이 하향했다.

 하지만 이 같은 분위기와 달리 SK텔레콤이 한계에 달한 음성통화 시장에서 탈피, 무선 인터넷으로 한단계 도약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가 절실하다며 투자자들이 너무 과도하게 반응할 필요는 없다는 지적도 많다.

 양성욱 대우증권 연구원은 “음성포화 상태에서 계속되는 요금인하로 돈을 까먹는 것보다는 무선 인터넷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자금을 투입하는 게 미래를 위해서는 더 바람직하다”며 “데이터통신에 대한 투자로 시장을 키워나가겠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한편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는 20만원선 회복이나 최근 강한 저항선으로 작용했던 22만원선까지 재탈환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규제 리스크, 주주가치 제고노력 재확인 등의 변수에 따라 20만원선 회복 이후가 장기 추세를 결정짓는 데 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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