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대표 윤종용)는 2002년도에 매출액 40조5000억원, 순이익 7조500억원을 달성하며 사상최대의 경영실적을 이루었냈다. 올해부터는 5∼10년 후를 대비하는 중장기 전략에 주력할 계획이다.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경영목표는 국내외 경영여건을 감안해 전년도보다 1.5% 성장하는 41조1000억원으로 잡았다. 지난해 30%에 가까운 성장률과는 판이하다. 그러나 매출에서의 보수적인 목표와 달리 시설투자 규모 6조, R&D 3조 등 미래를 준비하는 부분에서는 다른 어떤 해보다도 공격적이다.
◇위기관리와 견실경영=올해 경영여건은 지난해 못지 않게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경제의 회복세는 여전히 불투명하고 일본·유럽 등은 1% 내외의 저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동지역 전쟁 위험은 유가를 상승시키고 투자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는 등 세계 경제 회복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국내 역시 북한의 핵문제, 가계 부채의 급증 등 대내외적으로 불안요소가 많다. 불투명한 시장상황에 대응, 재고와 채권을 줄여 몸을 가볍게 해 위기에 대응하는 견실경영에 만전을 기할 방침이다.
◇미래사업을 위한 핵심 강화=여력이 있을 때 핵심기술과 지적재산권 확보에 부지런히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핵심기술이 없으면 혁신적 제품개발과 신규사업 진출이 어려우며 기존 사업도 높은 로열티 부담으로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미래의 씨앗사업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기술과 디자인 등 차별화된 경쟁요소를 찾아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서는 고급인력의 확보와 양성이 필수적입니다. 5∼10년 후를 대비하는 유일한 대책은 핵심 우수인력 확보와 육성이라는 판단이다. 핵심인력 확보를 위해 구매·판매·연구개발·제조 등 다양한 분야를 대상으로 상시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해 핵심기술 못지 않게 마케팅력도 강화할 계획이다. 일하는 방법과 사고방식을 고객과 시장 위주로 전환하고, 고객 니즈 발굴에서 판매까지 고객이 중심이 되는 빠른 프로세스 확립과 시장과 경쟁사에 대한 감지력을 높이는 활동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를 비롯해 멀티미디어와 통신·가전 부문까지 토털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어 차별화된 시너지를 적극 활용하며, 새로운 시장을 창출한다는 전략이다.
◇경영혁신 활동을 가속화, 부가가치 극대화=이익이 나지 않는 저급 제품과 적자가 나는 OEM은 과감히 중단하고, 수익성을 무시한 무리한 물량싸움과 점유율 경쟁을 지양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경영프로세스 전부문에서 기본에 충실하고 시스템화해 최적화를 실현해고 개발·구매·마케팅 등 각 부문이 함께 노력해 부가가치 창출을 체질화할 예정이다.
또한 올해도 마케팅 주도회사의 성공적 확산을 위해 디지털 로드쇼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다. 사업단위별 1개 이상의 히트상품을 성공시켜 혁신적인 제품을 매년 출시함으로써 시장창출형 제품 비중을 확대, 지금까지 힘들여 쌓아올린 기업이미지를 더욱 높이는 기회로 활용한다는 전략이다.
◇세계 초일류 수준의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진정한 글로벌 초일류기업이 되기 위해 기업문화, 제도, 프로세스, 인력 등 내부역량을 한단계 올리고 해외 사업체제와 글로벌 공급망관리(SCM)를 조속히 완성한다는 방침이다. 중국, 중앙아시아, 동구·CIS 같은 앞으로 매우 중요해지는 전략시장에 대한 연구와 준비를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중국지역은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상품기획과 설계에서부터 판매까지 완전히 현지화하며 중저가가 아닌 고부가 첨단제품으로 승부할 예정이다. 그동안 많이 성장한 브랜드·디자인 등 소프트 부문의 경쟁력도 초일류 수준에 걸맞게 한단계 도약하도록 힘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부문별 계획>
◇반도체 부문=PC시장이 하반기 대체수요 위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돼 전반적으로 반도체 시황은 지난해보다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반도체시장은 디지털 컨슈머향 반도체 시장의 확대와 고속 제품의 경쟁 심화가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10년 이상 세계 1위를 지켜온 메모리반도체, 5년째 1위를 수성한 LCD부문 등에서 선행 기술력과 제품 다양화 등 차별화 경쟁력을 통해 발전을 지속한다는 계획이다. 5세대 LCD 라인 가동확대, 300㎜ 전용라인 가동 등 최첨단 생산기술을 바탕으로 한 삼성전자의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정보통신 부문=지난해 삼성전자 휴대폰 사업의 지역별 매출비중은 미주 27%, 유럽 25%, 중국 및 아시아 27%, 국내 21%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올해도 고부가 제품 위주의 판매전략으로 20% 이상 늘어난 5300만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2.5세대 서비스의 도입 확대와 컬러폰·카메라폰 등 대체수요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디지털미디어 부문=2002년에는 전년도에 비해 두배가 넘는 1조원의 이익을 달성했다. 디지털미디어 부문의 올해 해외 생산량은 80%를 넘어설 전망이다. TV는 디지털방송·홈시어터 등의 시장활성화에 맞춰 대형·고화질 제품 중심의 판매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DVD 콤보, 캠코더, 모니터 등도 고급·복합 제품 등 고수익 위주의 전략으로 시장지배력을 더욱 강화할 예정이다.
지난해 컬러TV 1400만대를 팔아 세계시장 점유율 10%를 달성, 15%의 DVD와 함께 세계 1위에 올라섰다. 판매가격지수를 100으로 볼 때 2000년 60 정도였던 북미시장의 평균판매가격(API)도 지난해 102를 기록, 저가제품의 이미지를 완전히 탈피했다. 올해는 이러한 고가 이미지를 계속 확산시켜 명실상부한 최고 브랜드로서의 위상을 구축해 나갈 방침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디지털미디어에서 추구하고 있는 와우(Wow) 프로젝트 제품을 20개 이상으로 늘려 세계적인 히트제품을 지속적으로 확산시켜 나간다는 전략이다.
◇생활가전 부문=백색가전에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프리미엄 브랜드인 ‘하우젠(HAUZEN)’ 이미지를 확고히하고 에어컨·세탁기 등 세계 가전시장 톱 메이커로 육성할 계획이다. 중국·태국·멕시코 등 글로벌 거점 최적화를 통해, 원가경쟁력 강화와 수익성 제고 등 효율적인 시장공략을 전개하고 고급가전 중심으로 미국 시장 공략도 본격화 해 나간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성공적으로 미국 시장에 진출한 양문형 냉장고에 이어 올 해는 드럼세탁기, 시스템에어컨 등을 중심으로 백색가전에서도 삼성의 브랜드 위상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또한 하우젠 에어컨, 하우젠 세탁기, 하우젠 김치냉장고 등 국내 고급가전 시장에서 브랜드력을 독보적으로 제고해 2∼3년 내에 고급ㆍ고가 외산제품과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중저가 제품과의 차별화에도 주력해 나갈 예정이다.
◆인터뷰: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
“지난해 4분기 연속 10억달러대 순이익으로 전체 40억달러의 순이익을 낸 것은 삼성전자도 열심히 하면 세계 최고 IT기업인 IBM, 인텔, 마이크로소프트(MS)와 같은 기업의 경영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 주었습니다. 그러나 초일류가 되기에는 아직 더 노력해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해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려 세계 IT기업 중에서 MS와 이익률 선두경쟁를 벌이며 부러움을 사고 있는 삼성전자 사령탑 윤종용 부회장(59)의 다음 목표는 초일류기업 도약임을 숨기지 않는다.
“삼성전자가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기술과 제품 각 분야에서 표준을 주도할 정도의 개발 역량을 갖추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수인재를 확보하고 사람을 키우는 것이 제일 중요하며 절대적입니다.” 윤 부회장은 인재양성과 기술개발은 지난해보다 올해, 올해보다는 내년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2005년 전후에는 홈네트워크, 모바일네트워크 단말기기의 지능화가 가속화되고 2010년경에는 모든 기기가 스스로 작동하고 지능을 가지고 상호 네트워크화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컴퓨팅 기능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5년 후,10년 후를 점친다.
“삼성전자는 연구개발비를 최근 3년간 매출 대비 7%대인 2조원 이상을 투입했습니다. 올해는 7.5%로 3조원 수준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모두가 미래 경쟁의 핵심인 인재 양성과 세계 표준 주도를 위한 기술개발의 일환입니다.” 윤 부회장이 인재양성과 기술개발을 강조하며 5년 후, 10년 후를 지금부터 대비해야 한다고 주창하는 데에는 다 숨은 뜻이 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등 핵심부품·통신·디지털미디어·디지털가전의 4대 사업을 디지털화, 네트워크화, 컨버전스화하고 이를 나노, DNA칩 같은 초미세 차세대 기술과 접목시켜 나가는 기술응용을 통한 신기술, 신제품 개발을 중시하고 있습니다. 나노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반도체 칩, 4세대 정보단말기, 차세대 디스플레이기기 등 현재 사업을 심화 발전시키는 분야에서 차세대 주력품목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사업 부문의 전문화를 강조하는 대신 분리 운영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고 사업의 시너지를 위해 디지털솔루션센터와 전자 전체의 디지털시대 통합과제를 선행하기도 합니다. 또한 최고위 경영층 회의를 통해 상시 협의 조정하기도 합니다. 특히 기술위원회, 마케팅위원회, 디자인회의, 신규사업간담회 등을 통해 사업 영역별 벽을 허물고 상품기획에서 고객 서비스까지 회사 전체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윤 부회장은 기술과 제품의 컨버전스 못지않게 조직간 컨버전스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삼성전자가 거대한 공룡이되는 것을 방지하는 것도 기술개발 못지 않게 중요하다는 게 그의 평소 지론이다.
삼성전자의 생산시설 해외이전 가속이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리지 않을까 하는 주변의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윤 부회장은 “올해에도 전자레인지, 냉장고, 에어컨, 노트북PC 등 일부 품목에 대해 태국, 인도, 중국 등에서의 생산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5년, 10년 뒤를 준비하는 R&D 역량 강화, 브랜드 가치 100억달러가 넘는 회사로 수출을 더욱 많이 하는 국민기업으로서 소명을 다할 수 있도록 전 임직원이 노력하겠습니다”라며 기우임을 강조한다.
“삼성전자는 해외에서 생산을 확대하고 있지만 국내에서의 수출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에는 220억달러를 수출했습니다. R&D력, 브랜드력을 강화하면 그 결과는 고비용구조의 생산 부문을 해외에 이전해도 항상 새로운 고부가 사업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유성호기자 shyu@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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