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주환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사무총장 chyim@tta.or.kr
꽤 많이 불렸던 유행가 가운데 ‘이웃사촌’이란 제목의 노래가 있다. 이 노래가 뜻하는 것이 멀리 있는 친척보다 가까이 있는 이웃 촌이 여러모로 직접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어 좋다는 것일 게다.
요즘처럼 교통 수단이 발달되어 있고 인터넷이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글로벌 세상에 엉뚱하게 이웃사촌 얘기는 왜 하는지 고개를 갸웃할 것이다.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를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우리나라에 투자하고, 우리나라에 공장을 세우고, 우리나라에 일자리를 만들고, 우리나라에 세금을 내는 외국기업은 우리의 이웃사촌에 비유될 것이다. 그러나 외국에 투자하여 외국에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외국에 세금을 내는 국내 기업은 먼 친척 같은 존재라는 뜻이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젊은이들의 일자리 문제가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그런데 신문을 보면 국내 몇몇 대기업의 경우 국내 채용직원의 숫자보다 중국 현지채용 직원 수가 더 많다고 한다. 요즘 같이 글로벌 환경에서 국내의 어느 기업이 외국에 투자를 많이 하고 외국에서 직원을 많이 뽑는다고 시비를 걸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우리나라 기업이 그사이 많이 성장하여 국내에만 머물지 않고 외국까지 진출하니 우리 어깨에 힘을 불어넣어 주고 자부심마저 느끼게 해줘 고마운 마음이 들기도 하다. 그러나 자부심이 우리의 배를 부르게 해주지는 못한다. 앞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 기업뿐만 아니라 외국기업도 국내에 투자를 많이 하고 국내에 많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지 심각히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영국의 경우 일정규모 이상 일자리를 창출하는 외국기업에 대해서는 여왕까지 나와 환영하는 모습을 본다. 우리나라에서 공장을 하나 설립하려면 반겨주는 사람은커녕 100여가지 넘는 서류뭉치를 들고 허가 관청을 수도 없이 드나들어야 한다고 한다. 이런 조건에 우리의 젊은이들이 마음놓고 일할 충분한 일자리를 만들 수 있을까. 곧 출범할 새 정부는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창출하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했다. 각종 규제 철폐를 포함하여 획기적인 조치가 뒤따라만 가능하리라 생각한다. 이웃사촌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친척도 이웃에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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