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정보격차와 삶의 질

 ◆손연기 한국정보문화진흥원 원장 ygson@kado.or.kr

 

 모든 게 궁핍했던 시절, 우리의 바람은 하루 세끼라도 배불리 먹는 것이었다. 그만큼 먹고사는 문제가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사회가 발전하고 나라가 융성하게 되면서 이제 더 이상 먹고사는 문제에 연연하지 않는 시대가 되었다. 심리적이고 정신적이며 사회적인 안정을 추구하게 된 것이다. 삶의 질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다.

 이와 함께 우리 사회도 전반에 걸쳐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불과 수십년 사이에 농업중심의 사회에서 서비스와 정보중심의 사회로 획기적인 전환을 이룩하였다. 미국 등 선진국처럼 우리 사회도 노동인구의 70% 이상이 서비스업과 정보산업에 종사하는 정보사회에 들어선 것이다.

 이에 따라 사회전반에 정보인프라 구축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되었다. 이미 정부는 수년 전부터 초고속정보통신망 부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등 나름대로 사회적인 요구에 대비해 왔다. 그 결과 선진국들도 놀랄 정도로 이른 시기에 초고속인터넷 1000만가구 돌파로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세계 1위, 1000명당 인터넷 이용자 세계 3위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정보통신 인프라를 구축했다. 초고속인터넷을 기반으로 사회전반의 정보화도 급속히 확산되었다. 특히 기업이나 학교, 정부 등에서의 전통적인 사회관행과 제도가 새롭게 재편되어 전자상거래, 온라인 교육, 디지털도서관, 전자정부 등 새로운 모습을 띠고 있다. 최근 차기 우리나라를 이끌어 나갈 노무현 정부는 10대 국정과제로 지식문화강국 실현을 통해 지식정보사회의 전면화를 제시함으로써 이러한 변화는 더욱 가속화될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사회 전반의 네트워크화와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그늘로 각종 역기능이 등장하고 있다. 인터넷 공간의 오락화와 사유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언어폭력, 스팸메일, 음란물 등 불건전 정보의 유통도 증가하고 있다. 인터넷 중독 등 새로운 병리적인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이는 지식나눔의 훼방꾼으로서 건전한 정보사회 정착에 걸림돌이 될 것이다. 이와 함께 정보격차라는 새로운 문제도 야기되고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도 나타났듯 인터넷 활용에 있어 세대간 단절은 심각한 사회문제로 치달을 우려가 있다. 또한 지역간, 계층간 정보격차의 문제도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정보기술이 발전할수록 정보부자와 정보빈자의 격차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세대간, 지역간, 계층간 정보격차는 집단간 반목과 갈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또 정보접근의 차이는 정보획득의 차이로 이어져 점점 더 많은 고급정보가 인터넷을 통해 유통되고 있는 현 사회에서는 곧바로 사회적 격차로 이어지게 된다. 정보가 자산인 디지털세상에서 빈부격차가 정보격차를 낳고 이러한 정보격차는 다시 빈부격차로 이어져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악순환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도 이러한 점을 중시하여 지난 선거기간 동안 정보화의 혜택을 모든 국민에게 공여하는 복지사회 건설을 공약으로 내세워 정보격차 해소에 힘쓸거라 했다. 국가운영 전반을 이끌어나갈 대통령이 정보격차 해소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러나 정보격차 해소는 정부 혼자만의 힘으로는 곤란하다. 노 당선자도 최근 참여복지라는 개념을 제시했듯 사회 전분야의 자발적인 참여가 더욱 요구된다. 삶이란 더불어 살아가는 것이기에 행복한 사회 또한 우리 모두 함께 이룩해야 하는 것이다.

 누구나 정보를 통해 경제적 가치를 획득하고, 문화적 향유를 공유하며, 사회적 평등을 실현하는 것이 정보사회에서의 진정한 삶의 질 향상이라 할 수 있다. 정보 앞에서는 누구나 공평하게 지식을 공유하고 사고할 수 있을 때 우리는 보다 평등한 정보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 정보사회에서 삶의 질의 기준은 배부른 육체가 아니라 사고하는 인간의 마음인 것이다.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