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몇년 전만 하더라도 민원서류를 하나 발급받으려면 해당 행정기관까지 직접 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금융업무를 처리하더라도 일일이 은행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요즘은 어떤가. 인터넷으로 전자정부시스템에 접속해 민원서류를 신청할 수 있고 인터넷뱅킹·사이버트레이딩 시스템을 이용해 집에 앉아서도 각종 금융거래를 할 수 있다. 이처럼 혁신적인 인터넷 비즈니스의 구현은 ‘안전성’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정보보호진흥원 평가인증사업단의 이홍섭 단장(50)은 인터넷 비즈니스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보안인프라를 제공하는 ‘PKI 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다.
평가인증사업단을 진두지휘하며 방화벽·침입차단시스템 등의 정보보호제품에 대한 평가업무를 맡고 있어 국내 주요 정보보호제품에 대한 보안성 평가가 모두 그의 손에서 이뤄진다. 하지만 그의 일과 중 대부분은 안전한 보안인프라인 PKI기술을 어떻게 확산시키고 발전시킬 것인가에 집중돼 있다. KISA가 6개 공인인증기관의 최상위 인증기관(ROOT CA)이기 때문에 6개 공인인증기관에 대한 기술적인 검토사항도 모두 그의 손을 거친다.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정보보호기술위원회 의장을 역임하기도 한 그는 공개키기반구조(PKI)포럼 사무총장과 인터넷보안기술포럼(IETF) 의장을 맡아 인터넷 보안관련 표준화 활동에도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
특히 국가간 상호연동 기술을 실증하기 위해 국제적인 협의와 실험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지난 2001년부터 한·일·싱가포르 3국의 PKI포럼으로 구성된 상호연동 실무작업반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등 국가간 PKI 상호연동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렇듯 다양한 분야에서의 활동으로 그는 이제 PKI 분야에서는 유명인사가 됐다. 지난해 제2회 아시아 PKI포럼에 참가한 IETF PKIX워킹그룹 의장이자 미국 FPKI구축실무 책임자인 팀 포크는 이 단장이 심포지엄에서 시연한 국내 무선 PKI시스템에 대해 엄지손가락을 들어보였다. 사실 PKI기술을 무선으로 시연한 것은 우리나라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 단장은 99년부터 본격적으로 전자서명체계를 위한 PKI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당시는 세계적으로도 공인인증서비스를 제공하는 국가가 몇 안될 정도로 초창기여서 이 단장을 비롯한 최상위인증기관 구축준비반은 하루가 멀다하고 밤샘작업을 했다고 한다.
“전자서명법 시행시점이 99년 7월로 예정된 상황에서 6개월이라는 짧은 일정안에 최상위 인증기관의 PKI시스템을 구축해야 했습니다. 당시 독일의 전자서명체계를 벤치마킹 대상으로 선정했으나 담당자의 협조를 얻기란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지요. 설연휴를 반납하고 독일의 인증기관을 찾아간 실무진의 노력 덕분입니다.”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 시작된 국내 공인인증서비스는 현재 이용자가 600만명에 이른다. 안전하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 인프라로 인식되면서 공인인증을 이용하는 업체와 소비자가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홍섭 단장은 “지난해 11월 아시아권에서는 처음으로 국내 기술규격을 IETF PKIX워킹그룹에 제안해 표준초안으로 채택됐습니다. 국내 PKI기술이 세계시장에도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라며 국내 PKI업체들의 해외시장 진출을 주문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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