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산업은 문화콘텐츠의 핵심 영역이면서도 여전히 변방에 머물러 있다. 낙후한 유통구조, 경영의 불투명성, 난무한 불법복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음반산업에 미래는 없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이런 음반업계에 세대교체가 일고 있다. 구조적인 병폐를 낳은 장본인이 물러난 자리를 건강하고 패기 넘치는 신진세력이 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중 한 명이 T엔터테인먼트의 김태은 사장이다. 김 사장은 MBA 출신의 전문경영인으로 음악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비전을 보유한 것으로 정평이 자자하다. 업계에서는 낙후돼 있는 음반산업을 선진화하고 세계적인 반열에 올려놓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울 것으로 기대하고 있을 정도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지나친 과찬이라고 손을 내저으면서도 소신을 드러내기에 조금도 주저하지 않는다. 국내 음반산업은 CEO 1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컸고, 이 때문에 개인의 주먹구구식 운영이 가능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지론. “객관적인 통계자료가 없어 대규모의 금융자본이 유입되지 않고 있고, 이는 결과적으로 영화산업이 음악산업을 앞지르는 상황을 초래했다”는 김 사장은 “T엔터테인먼트가 건강한 음반업계를 대변할 수 있는 전형적인 모델이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포부를 밝힌다.
김 사장의 포부는 이미 곳곳에서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재작년에 난장뮤직을 인수한 T엔터테인먼트는 자우림·롤러코스터·박정현이 소속돼 있는 중견 음반사. 자우림·롤러코스터라면 세간의 인기를 모으고 있는 ‘색깔있는’ 그룹이다. 립싱크 위주의 ‘비디오’ 가수이기보다는 라이브에 승부를 건 음악성있는 뮤지션들이기에 T엔터테인먼트 역시 ‘가수다운 가수’를 키우는 음반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난장뮤직 소속 직원을 융화시키는 데에도 성공했다는 평이다.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만들겠다던 김 사장의 경영이념 때문인지, 직원의 만족도도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음반시장 침체와 관련해서는 더 이상 나빠질 수 없다는 것이 김 사장의 전망이다. 세계적으로 시장이 줄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월드컵·PR비리·대선 등 외부적인 변수가 컸던 만큼, 올해는 새롭게 약진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대신 인터넷이나 모바일과 같은 디지털 환경을 발빠르게 수용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IT회사를 무조건 적대시할 것이 아니라, 공생할 수 있는 비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김 사장의 지론. T엔터테인먼트도 네오지니어스와 모바일 사업과 관련한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다.
“올해는 매출 100억원을 넘는 것이 목표”라는 김 사장은 “자우림·롤러코스터가 ‘비주류의 주류’가 됐듯, T엔터테인먼트도 ‘주류’로 부상할 수 있도록 매진하겠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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