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스토리](47)탑블레이드(3)

 애니메이션은 작품 제작뿐만 아니라 마케팅에서도 실력을 발휘해야 생존할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탑블레이드 시리즈는 마케팅에서도 괄목할만한 성과를 얻었는데, 주 시청자층인 초등학교 학생이 시중에서 구매할 수 있는 어지간한 제품에는 대부분 탑블레이드 캐릭터가 찍혀 있다.

 아이들의 사랑 덕분에 탑블레이드는 시청률뿐 아니라 완구, 게임, 캐릭터 사업에서도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손오공의 탑블레이드 마케팅은 상상과 현실을 잘 조화시킨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정명재 마케팅 차장은 참신한 마케팅 기법을 발굴하고 추진했는데 그 하나가 TBA회원단 설립이다.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은 TBA(Top Blade Association)회원이라는 가상의 협회 회원으로 작품 속에서 축구선수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설정이었는데, 그것을 모티브로 지난해에 실제 TBA 회원단을 창단하게 된 것이다.

 100명으로 구성된 1기 회원 중에는 탑블레이드 마니아들이 많다. 그들은 주말이면 전국의 도시에서 펼쳐지는 ‘탑블레이드 배틀전’에 참가해서 한판 벌여야 직성이 풀리는 마니아들이다. 밥 먹으면서도 탑블레이드를 연구한다며 너스레를 떨던 그들은 지난해 한국과 일본에서 2회에 걸쳐 개최됐던 한·일 배틀전에서 기염을 토한 선수들이 많다.

 두번째 주목할 만한 마케팅 기법은 탑블레이드 배틀전이다. 우리는 매주 전국의 어린이들을 찾아 갔고, 한국이 좁아서 현해탄 건너 일본을 찾아가 도전장을 냈다. 또 얼마 전 지난해 크리스마스시즌에는 서울에서 한·일 배틀전을 시도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탑블레이드’를 만들면서 가장 소중하게 배운 것은 마케팅도 아니고 작품제작의 노하우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애니메이션 제작자의 사회적 책임감이다. 어린이들은 늦어도 15년이 지나면 성인이 된다. 그때부터 우리사회는 그들의 손으로 굴러가게 된다. 애니메이션이 어린이들의 정서는 물론이고 꿈과 가치관까지 심어주는 것을 지켜보면서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사람들은 누구보다도 사회적인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좌절보다 용기를, 음침한 몽상보다는 밝고 따뜻한 상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장르가 바로 애니메이션이다. 다행스럽게 ‘탑블레이드’를 본 어린이들은 최고에 도전하는 용기와 정정당당하게 싸우는 패기를 배웠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 ‘탑블레이드’는 통념을 뒤집은 작품이다. 한국 작품은 사업성이 없다는 비난을 뒤집고 한국과 일본 양국에서 빅히트를 한 작품이다. 또한 한국에서 51부작은 무리라는 우려를 불식시키고 102부작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지금 ‘탑블레이드V’의 인기를 뛰어넘는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새 시리즈까지 더하게 된다면 한국에서 가장 긴 시리즈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가슴이 뛴다. 3년여 동안 탑블레이드 제작을 거쳐갔던 제작사들은 지금 창작작품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탑블레이드의 DR무비는 올해 ‘출동! 요정추격대(가칭)’를 선보일 예정이며, 탑블레이드V의 리프로덕션은 신사옥에서 젊은 감독들과 함께 국내 제작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한 희원엔터테인먼트는 ’비바 뮤직(가칭)’ 기획은 물론이고 플래시까지 넘보며 창작 애니메이션 제작에 열정을 쏟아 붓고 있다. 지난 달에 손오공은 탑블레이드 O.S.T를 발매했다. 손오공 게임팀은 PC게임을 새롭게 만들었다. 모두들 잘 되어서 다행이다. 탑블레이드를 사랑하는 모든 분들이 마법처럼 행복한 시간을 맞기를 희망한다.

 <손오공 이은미PD oz@sonoko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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