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복제, 바이러스, 스팸메일’
세계 정보기술(IT) 업계 종사자들에 의해 선정될 법한 ‘업계 발전을 가로막는 악의 축’들이다. 이 가운데 올해 최대의 골칫거리는 단연 스팸메일이 차지할 전망이다. 불법복제나 바이러스와 달리 어느 정도 용인되는 분위기 속에서 기하급수적으로 확산되며 문제점을 양산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스팸메일로 인한 폐해는 엄청나다. 소비자가 원하지 않는 광고성 메일이 하루에도 수십건씩 몰려와 지우는 데 애를 먹는 것은 물론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 미성년자들에게 유해한 광고도 여과없이 전달된다. 이 과정에서 불법적인 인터넷 아이디(ID) 추출은 예사다.
무엇보다 스팸메일은 인터넷 트래픽의 상당부분을 점유하고 있어 문제다. 인터넷과 e메일의 사용이 늘면서 스팸메일은 올해 전체 메일량의 40%에 달할 전망인데 이는 인터넷 병목현상이 나타나는 일부 국가에서는 단순한 번거로움 차원을 넘어서고 있다.
금전적으로 환산하면 스팸메일의 그늘은 한층 두드러진다. 스팸메일은 미국 기업들에 연 89억달러, 유럽 기업들에 연 25억달러, 미국과 유럽의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들에 5억달러의 잠재 손실을 초래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또 스팸메일 발송비용은 고스란히 메일 서버 운영업체로 전가된다. 메일을 발송하는 비용보다 메일 서버의 증설 및 운영에 더욱 많은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최근에는 휴대폰 스팸메일도 극성을 부리고 있어 본격화되는 모바일 웹시대, 스팸에 대한 대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지적이다.
스팸메일이 창궐하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은 적게 들고 효과는 크기 때문이다. 실제 스팸메일 발송에 따른 비용은 1센트의 1000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광고매체에 비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싸다. 반면 반응률은 다른 매체를 이용할 때보다 2배 더 높다. 광고주 입장에서는 선호할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에 최근 들어 각종 법적 분쟁이 늘고 있다. 지난해 IT업계 분쟁의 한가운데는 저작권 및 지적재산권이 있었지만 올해 이 자리는 스팸메일이 대체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올해 ISP 및 네트워크 운영업체, 일반 네티즌들은 지난해보다 한발 더 발전한 수단을 통해 스팸메일 차단에 안간힘을 쓸 것으로 예상된다. 스팸메일을 자동으로 식별해 차단하거나 분리시키는 필터링 소프트웨어의 특정 문자 종류를 훨씬 더 넓히는 방법 등이 모색되고 있다. 네티즌들 스스로도 커뮤니티를 구성해 자정에 주력할 계획이다.
각국 정부도 대책을 내놓고 있다. 미국에서는 스팸메일 방지대책이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 소비자들이 웹 페이지 말미에 e메일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선택거부(opt-out)’ 시스템이 일반화돼 있으며 직접메일(DM) 업계의 반발로 지난해에는 통과되지 못했지만 올해 안에는 어떤 형태든 스팸메일차단법이 제정될 전망이다. 캘리포니아 주정부는 이미 올해부터 휴대폰을 이용해 스팸메일을 전송하는 행위를 불법화하는 법안을 발효시켰다.
유럽에서는 지난해 부결된 스팸메일차단법 가운데 차단기술이나 방법을 구체화한 법안이 올해 안에 제정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독일 등 유럽연합(EU)내 일부 국가들은 선택 거부 시스템을 도입, 수신자의 분명한 동의가 없는 상태에서 마케팅 업체들이 상업용 e메일을 전송하는 행위를 불법화할 방침이다.
<허의원기자 ewhe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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